'담궈'로 쓴 이 말의 기본형은 '담그다'이다. 어간의 모음이 음성이므로
우선 '담그+어' 형태로 결합한다. 이때 어간의 '으'가 탈락하면서 '담거'로 바뀐다.
이어서 모음조화에 따라 어미 '-어'가 '-아'로 바뀌어 '담가'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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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입수능시험이 코로나19 사태로 한 달 늦춰진 지난 3일 치러졌다. 수능국어에서는 매년 문법과 관련해 5문항 정도가 출제된다.

올해는 우리말 조어법에 관한 문제 2개와 맞춤법, 통사론, 음운론에 관한 질문이 하나씩 나왔다. 그중 13번 문항은 한글맞춤법 가운데 용언의 활용에 관한 것으로, ‘열려라! 우리말’ 코너에서도 여러 차례 짚어본 것이었다. ‘담그다’가 기본형…‘담가’로 활용해우선 보기에 나온 예시 단어들은 맞춤법을 얘기할 때 단골로 나오는 것이다. 자칫 틀리게 적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보기: ⓐ떡을 물에 담궈(→담가) 둔다. ⓑ멸치를 … 체에 거러서(→걸러서) ⓒ육수에 고추장, 갈은(→간) 마늘, …. ⓓ하앴던(→하?던) 떡이 … 잘 ⓔ젓어(→저어) 익힌다.’ 이때 잘못 쓴 말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적용된 활용의 예로 옳지 않은 것을 찾는 게 문제다.

활용의 문제를 풀 때는 언제나 ‘기본형’에서 시작해야 한다. ‘담궈’로 쓴 이 말의 기본형은 ‘담그다’이다. 이를 활용해 보자. 어간의 모음이 음성이므로 우선 ‘담그+어’ 형태로 결합한다. 이때 어간의 ‘으’가 탈락하면서 ‘담거’로 바뀐다. 이어서 모음조화에 따라 어미 ‘-어’가 ‘-아’로 바뀌어 ‘담가’가 된다. 그런데 이 말을 사람들이 흔히 ‘담궈, 담궜다’ 식으로 쓰기도 한다. 단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우’를 집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맞춤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표기이므로 ‘담가, 담갔다’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어간의 모음 ‘으’가 뒤에 어미 ‘-아/-어’와 결합할 때 ‘으’가 줄어지는 현상을 ‘으’탈락이라고 한다. ‘기쁘다, 나쁘다, 따르다, 바쁘다, 슬프다, 아프다, 크다, 트다’ 등을 ‘으’탈락 용언이라고 한다. 답지의 ‘①예쁘-+-어도 → 예뻐도’ 역시 같은 과정으로 활용하므로 ‘으’탈락 사례에 해당한다.

‘으’탈락 용언 중에 ‘치르다, 잠그다’의 활용 예도 함께 외워두는 게 좋다. ‘담그다’와 함께 불필요하게 ‘우’를 넣어 적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심코 “시험을 치뤘다”, “수도꼭지를 잠궈 주세요”처럼 쓰기 십상이다. ‘치르+었다→치렀다’ ‘잠그+어+주세요→잠거 주세요→(모음조화에 따라)잠가 주세요’라고 쓴다. ‘거르다’는 ‘르’불규칙, ‘푸르다’는 ‘러’불규칙‘ⓑ체에 거러서’는 ‘걸러서’의 오류다. 이 말의 기본형은 ‘거르다’로, 어미에 따라 ‘거르고, 거르니, 거르지’처럼 활용하다가 ‘걸러, 걸렀다’ 식으로 모음어미가 올 때 다른 형태를 띤다. 어간에 받침 ‘ㄹ’이 붙고 어미 ‘-아/-어’가 ‘-라/-러’로 바뀌는 것이다. 이 외에도 ‘구르다, 빠르다, 가르다, 가파르다, 나르다, 다르다, 마르다, 바르다, 부르다, 벼르다, 조르다, 지르다, 추스르다, 흐르다’ 등이 모두 ‘르’불규칙 용언이다. 이런 말들을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실제 발음을 해보면 ‘굴러, 빨라…’ 식으로 ‘ㄹㄹ’로 소리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이제 답지의 ‘②푸르-+-어 → 푸르러’는 조금 다르다는 게 눈에 띌 것이다. 이 말의 기본형 ‘푸르다’는 ‘푸르고, 푸르니, 푸르지’ 하다가 모음어미가 연결되면 ‘푸르러, 푸르렀다’ 식으로 바뀐다. 앞서 살핀 ‘르’불규칙 용언처럼 어간이 ‘르’로 끝나는 것은 같지만 활용할 때 다른 형태가 된다. ‘-러’ 발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를 따로 ‘러’불규칙이라고 한다. ‘이르다(至·이르러/이르렀다. 약속 장소에 이르렀다.), 노르다(노르러/노르렀다), 누르다(누르러/누르렀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어지는 활용 예는 다음 호에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