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영화, 문학 같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젠더에 대한 지식과 감수성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진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나 글을 창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요구되는 능력이다.
요즘 ‘젠더 ~’ 라는 개념들이 자주 화두로 떠오르거나 여러 문화예술계 이슈와 함께 대두되고 있다.‘젠더스와프(gender swap)’란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인물의 성별 전환을 가리키는 일이다. 남성 일색이던 장르 영화의 캐릭터가 여성으로 교체되는 것이 특히 스크린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고스트버스터즈’를 들 수 있다. 1984년 개봉했던 원작에서는 남성 4인조가 주인공을 맡았지만 2016년 판에서는 여성 4인조가 이들을 대신하는 등 서사는 그대로 있고 인물들의 성별을 반전시키는 식의 방법이다. 이런 움직임의 의도는 성별에 갇힌 클리셰와 고정관념을 깨부수고자 하는 것이다. 프랑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에서는 남성 우월주의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젠더스와프해 여성 우월주의 사회의 모습을 하이퍼리얼리즘으로 그려낸다.
‘젠더리스(genderless)’란 성과 나이의 파괴를 주 특성으로 하는 패션의 새로운 경향으로, 중성성을 표현하는 트렌드다. 아마 우리에게 더 익숙할 ‘유니섹스’와는 조금 다르다. 유니섹스는 1970년대에 유행했던 여성들이 무조건 남성복 스타일의 옷을 입었던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젠더리스 패션은 특히 Z세대에 의해 유행했다.
‘젠더뉴트럴(gender neutral)’이란 남녀 구분 자체를 없애고 중립적으로 보아 사람 자체로만 생각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기존의 성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고 성에 고정되지 않은 나 자체로 삶을 영위하려는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일방적인 성별의 교체나 성별의 중립과는 구별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최근 베를린영화제에서는 내년부터 남녀 주조연상 구분을 폐지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베를린영화제 첫 여성 집행위원장인 마리에트 리센백은 “영화 산업계에서 젠더 의식을 높이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젠더뉴트럴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추천한다. 울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페미니즘 작가로,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한 비평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우리가 평등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양성적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일에서 자신의 성별을 선행해 다루거나 의식하지 말라는 것이다.
패션, 영화, 문학 같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젠더에 대한 지식과 감수성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진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나 글을 창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요구되는 능력이다.
송정효 생글기자(대전신일여고 2년) 03wjdg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