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미국은 바이든을 선택했다

각 주 인구별로 선거인단 할당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모두 쓸어가
연방제 국가의 특성 드러내

우편·사전투표도 장단점 논란
선거인단 투표·승자독식…독특한 미국의 선거제도
“말(馬)이 투표했다면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택시가 투표했다면 우버는 없었을 것이다(If horses could vote there’d be no cars. If taxis could vote there’d be no Uber).”

투표는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법 중 하나로 칭송된다. 하지만 이 문장은 그런 투표가 매우 회의적일 때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마차가 다니던 시대에 경쟁 수단인 자동차를 허용할 것인지를 투표한다면? 아마도 자동차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민주적 방식이라는 투표가 지닌 맹점이다.

이런 씁쓸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막상 투표를 해서 지역의 대표, 국가의 대표를 선출했지만 훗날 적잖은 유권자가 ‘잘못 뽑았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할 도리도 없다. 근대 민주주의를 최초로 시행한 미국이 요즘 이 투표문제로 시끄럽다. 주요 이슈를 정리해보자. (1) 선거인단 제도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다. 거의 모든 나라는 투표수를 모두 세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을 선출한다. 간단하다. 미국은 전국 득표수에서 가장 앞선 사람이 반드시 선출되지는 않는다. 미국 선거에선 전국 득표수가 아니라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해 과반수(270명)를 획득한 사람이 선출된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주의 크기에 따라 선거인단을 다르게 할당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올해 선거인단이 55명이나 배정됐다. 텍사스는 38명, 플로리다 29명, 조지아 16명, 콜로라도 9명, 워싱턴DC는 겨우 3명이다. 50개 주의 전체 선거인단은 538명이다. 상원의원 수 100명(주별 2명 동일)과 하원의원 수 438명(인구에 따라 하원의원 수는 다름)을 합한 숫자다. 상원 수는 주의 동등성을, 하원 수는 주의 차별성을 나타낸다. 같지만 다르다. 각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을 독식한다(winner-takes-all). 어떤 후보가 인구가 많은 몇 개 주에서 지더라도, 선거인단을 더 차지할 수 있는 구조다. 가끔 미국인 전체 득표수로 당선자를 결정하자는 논의가 있으나 선거인단제도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이기 때문에 개정하지 못한다. 이것을 허물면 독립하겠다는 주들이 있다. (2) 우편투표와 사전투표미국의 땅덩어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미국은 초기 13개 주로 건국했다. 교통과 도로 수준이 엉망이던 때여서 주별로 투표한다고 해도 제시간에 투표함이 도착하기는 불가능했다. 이후 미국은 서부로 더 진출했고 투표는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주별로 투표한 뒤 대표자를 중앙으로 올려보내는 방법, 즉 선거인단 제도가 정착됐다. 투표제도에도 외부비용과 의사결정비용이 적용되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편투표와 사전투표가 도입됐다. 문제는 역시 위험성과 안정성이다. 우편투표를 하면 대리투표, 죽은 자의 투표, 주소지 불명의 투표 같은 왜곡성에 노출된다. 또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태클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사전투표도 마찬가지다. 투표를 먼저 하고 투표 당일에는 놀려는 젊은 층이 많다. 공화당은 사전투표가 민주당에 유리한 제도라고 본다. 등가성을 유지해야 하는 투표가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측이 당일 투표에 중점을 두는 이유다. (3) 합리적 무지투표가 훌륭한 후보를 뽑는 방식이긴 한가에 대한 회의론이 자주 일어난다. 유권자들이 정말로 훌륭한 후보를 뽑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가라는 근본 질문이다. 앤서니 다운스는 유권자들에게 ‘합리적 무지’가 있다고 했다. 투표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후보들의 정책을 알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을 요구한다. 반면 자신의 한 표가 발휘할 효과는 매우 작다.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지면 자신의 표는 그야말로 휴짓조각이 된다.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이유 즉, 이런 ‘합리적 무지’는 유권자에겐 옳다.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이 함께 쓴 ‘국민합의의 분석’이나 에이먼 버틀러가 쓴 ‘공공선택 입문’을 통해 투표의 세계를 학문적으로 접할 수 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① 투표 제도가 지닌 장단점을 토론해보자

② 유권자의 ‘합리적 무지’가 무엇인지 더 알아보자

③ 에이먼 버틀러의 ‘공공선택론 입문’을 구해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