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67)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말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익숙한 광경을 보게 된다. 보도블록을 새로 깔고 있는 공사현장 안내판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연말이 다가오면 소진하지 못한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보도블록을 뒤집는다. 배정받은 예산을 소진하지 못할 땐 내년도 예산을 배정받을 때 삭감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일부러 멀쩡한 시설물을 교체하거나 공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사용될 예산이라면 새것으로 교체하면 고용도 창출하고 부가가치도 발생하는 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정말 그런 것일까? 바스티아의 ‘깨진 유리창’이와 관련해 유명한 일화는 프랑스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프레데릭 바스티아의 ‘깨진 유리창’이다. 어느 가게 주인의 아들이 유리창을 깨자, 아버지가 아들을 나무란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에게는 손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득이오. 누구든 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유리가 깨지지 않았다면 유리 장수는 어떻게 살겠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 현상의 ‘보이는 것’만을 생각했을 때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자. 유리창이 파손되지 않았다면, 가게 주인은 유리를 교체할 비용으로 다른 경제활동을 했을 것이다. 옷을 사거나 식자재를 구입하는 것과 같이. 이를 통해 옷가게나 식자재 상점 주인들도 벌어들인 수입으로 다른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온전한 유리창과 다른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구축효과 vs 승수효과바스티아의 일화는 정부지출의 효과에 대해 논쟁할 때 많이 언급되고 있다. 바로 ‘구축효과’와 ‘승수효과’다. 바스티아 일화에서 보이는 것만을 언급한 사람들은 승수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이들은 구축효과를 지지한다. 승수효과는 케인즈 학파의 주장으로, 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일정액의 지출을 통해 재화를 구입하면 관련한 고용과 이윤이 늘어나고,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해 소비가 커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 큰 총수요를 창출한다. Y=C+I+G(폐쇄경제인 경우) 수식에서 정부지출(G)이 상승하면 소비(C), 투자(I)도 늘어나 총수요(Y) 가 증가하는 과정이다. 반면 구축효과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린다 하더라도 그만큼 민간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출(G)을 늘리기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하면 금리가 상승해 민간소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총수요가 오히려 줄어든다. 구축효과는 고전학파에서 주장한다. 재난지원금 논란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었다. 일자리를 잃은 가계 소득을 보전하여 부실해진 경제를 살렸다는 쪽(보이는 것)과 원래 소비하던 것을 재난지원금으로 대체한 것일 뿐이고, 이를 위한 재원도 국채를 통해 조달했기 때문에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보이지 않는 것)이 팽팽했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거시계량모형 구축 결과’에 따르면 정부소비, 정부지출, 이전지출이 각각 1만큼 늘어날 때 3년간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각각 0.91, 0.86, 0.33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지출은 재난지원금에 해당한다. 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정부 등으로부터 무상으로 얻는 수입이다. 분석에 따르면 이전지출 1조원을 늘리면 실질GDP는 3년 평균 33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지출의 경제적 효과가 낮게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으로 새로운 소비가 창출되기보다는 기존 소비를 대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듯 경제 정책은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숨은 경제활동도 잘 관찰해야 한다.(67)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