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일으켰던 '교과서'의 발음은 [교과서/교꽈서]가 함께 표준발음으로 바뀌었다. [효과/효꽈] [관건/관껀] [불법/불?] 역시 복수발음이 허용됐다. [분쑤/분수]를 비롯해 [함쑤/함수, 점쑤/점수, 안깐힘/안간힘]도 마찬가지다.

가)“사람은 제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나)“아는 문제였는데 마지막 ‘분수’ 계산에서 분모와 분자를 헷갈려서 틀렸다.” 두 문장에 쓰인 ‘분수’는 한글 형태도 같고, 한자도 ‘分數’로 똑같다. 하지만 의미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안다. 가)에선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란 뜻이다. 나)는 수학에서 ‘몇 분의 몇’ 할 때의 그 분수다. 우리는 그 차이를 문맥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구별하는 수단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발음’에 의한 것이다. 가)의 분수는 예사소리로 [분ː수], 즉 ‘분~수’라고 길게 읽는다. 나)의 분수는 [분쑤], 즉 짧게 된소리로 읽는 말이다. ‘분수를 지키다’라고 할 때의 ‘분수[분:수]’와 수학에서의 ‘분수[분쑤]’가 발음이 다른 것은 1957년 완간된 <조선말 큰사전>(한글학회)에서도 확인된다. 발음상의 차이가 그만큼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구별이 무뎌지게 됐다. 규범에서의 발음과 현실 언어에서의 발음이 다른 것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언중이 실제 쓰는 쪽으로 규범 바뀌는 추세2017년 봄, 국립국어원 회의실에는 표준발음과 현실 발음이 다른 사례 여러 개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우리말의 경음화 현상과 관련해 복수발음을 인정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교과서([교과서] 대 [교꽈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많았던 말이다. ‘효과, 관건, 불법’ 등의 사례도 함께 올라왔다. 이들은 모두 예사소리가 표준발음인데 실제론 된소리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았다. ‘함수, 점수, 안간힘’ 같은 말은 어떨까? 이들은 반대로 된소리, 즉 [함쑤, 점쑤, 안깐힘]으로 발음하던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예사소리로 발음한다. 된소리로 발음해야 할 [분쑤]를 예사소리 [분수]로 읽는 것도 이날 제시된 여러 사례 중 하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