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위대한 기업?

15세기 중반 대항해시대 이후
'비즈니스의 조직화' 시작
시장에 재화와 서비스 팔면서
이윤을 남기는 것이 기업 본질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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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기업은 왜 생겨났을까? 1937년 영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 1910~2013)는 이 질문을 연구해서 ‘기업의 본질’을 논문으로 썼다.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그는 기업은 ‘거래비용을 내부화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연필을 만드는 기업은 연필을 만들 때 필요한 모든 과정과 조직을 기업이라는 하나의 몸체 안으로 내부화했다. 연필에 들어가는 각종 원자재(흑연, 나무, 고무 등)를 구매하는 조직, 디자인하는 부서, 생산을 담당하는 라인을 내부에 넣어 ‘수직계열화’ 했다. 이렇게 하면 개인이 연필을 만들 때보다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일자리도 세금도 원천은 기업…이윤창출로 사회에 공헌
[질문2] 기업은 언제쯤 생겼을까? 콜럼버스가 15세기 중반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현대식 기업의 모습이 나타났다. 대항해 시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사업 기회를 열어줬다. 인류는 수렵채집 시기를 거치고, 농업화와 짐승의 가축화를 거치고, 시장에서 물물교환하고, 가족단위로 사업을 하는 가내수공업을 거친 이후 마침내 ‘비즈니스 조직화’에 이르렀다. 15세기 이후 식민지를 개척하고, 먼 땅에서 금과 은을 발견하고, 동양의 향신료를 찾아 거래하는 사업은 한 개인이 하기엔 너무 크고 위험했다. 거칠고 먼 항해를 무사히 끝내고 항구로 돌아오면 대박을 내지만, 긴 여정에서 알 수 없는 기후를 만나 배가 좌초하기라도 하면, 쪽박을 차야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시대였다. 잘 아는 사람끼리 자본을 공동투자하기도 했지만, 서로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도 자본을 모으는 방법은 시장처럼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질문3] 기업에도 종류가 있는가? 어떤 지배구조를 갖느냐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합자, 합명, 유한회사, 주식회사, 협동조합이라는 것들이다. 합자와 합명회사는 기업을 세운 출자자들이 부도에 무한 책임을 지는 회사다. 기업이 잘못될 경우, 개인 재산을 모두 털어서라도 책임을 진다. 반면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는 출자자들이 출자한 돈만큼만 책임을 진다. 개인재산으로 빚을 갚을 필요가 없다. 이들 중 많은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기업 형태는 단연 주식회사다. 주식회사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향후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되, 책임은 투자금에 한해 지면 된다. 지배지주는 이 회사에 자본을 많이 댄 사람이고, 소액주주는 말 그대로 자본을 조금씩 댄 수많은 사람들이다. 지배주주는 기업가치를 높여 돈을 벌어야 하는 인센티브가 크게 작동하고, 소액주주들은 보유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면, 언제든 팔아 이익을 보려는 인센티브에 따라 투자한다.

[질문4] 기업은 무엇을 하나? 기업은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파는 조직이다. 기업들은 생산 과정을 통해 원자재 구매에 돈을 지출하고(원자재를 판 사람에겐 소득), 노동력을 제공한 사람에게 인건비를 지불하고(노동자에겐 소득), 자본을 쓴 비용(이자 등)을 내고, 국가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우리나라에선 상위 10%의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96% 부담), 맨 마지막에 남는 작은 이윤(안 남고 적자를 보는 기업도 많다)으로 재투자하거나 주주에게 배당한다. 기업의 이윤이 도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윤은 경쟁에서 이겨야, 소비자를 잘 만족시켜서 손실을 보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사후적인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장사나 기업이나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는 것의 도덕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질문5]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무엇인가? 사람 중에도 나쁜 사람이 있듯이, 기업 중에는 나쁜 기업도 있다. 이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성인군자만 세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기업은 기업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생산요소들을 사면서 파는 사람에게 소득을 제공하고, 일자리(소득 제공)를 만들어내고, 나라에 각종 세금을 낸다. 우리는 이런 공헌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이런 공헌은 성공한 기업들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빚을 지고 망하면, 소득 기회도, 일자리 제공도, 세금 납부도 못 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바로 대기업(글로벌 기업)이다. 적은 사람을 만족시키면 중소기업에 머문다. 소비자들을 잘 만족시켜 마지막에 얻는 결과가 바로 이윤이다. 반대면 손실을 본다. 기업들은 이미 많은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더 요구한다. 다음 페이지에서 더 알아보자.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①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가 말한 ‘거래비용 내부화’를 더 알아보자.

② 합자, 합명, 주식회사, 협동조합의 차이를 더 알아보자.

③ 이윤과 손실은 무엇의 결과물인지를 토론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