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대화에서 '그죠/그쵸'는 아주 흔히 쓰는 말이다.
"이게 맞지~, 그지~" 이런 말도 많이 한다. '그지' 대신 '그치'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죠/그쵸, 그지/그치'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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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다시 늘어나서 피시방, 노래방, 이런 데 다 영업중단이라고 해요. 장사하시는 분들 속상하시겠어요. 그죠? 게다가 태풍까지 와서 너무 걱정이에요. 하지만 잘 이겨내야 돼요. 그쵸?”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의 근심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는 말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죠’나 ‘그쵸’를 덧붙인다. 구어에서 쓰는 ‘그죠/그쵸’ 어법에 안 맞아일상 대화에서 ‘그죠/그쵸’는 아주 흔히 쓰는 말이다. “이게 맞지~, 그지~” 이런 말도 많이 한다. ‘그지’ 대신 ‘그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글로 쓸 때면 좀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써도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죠/그쵸, 그지/그치’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입말에서 자주 듣지만 규범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죠/그쵸’는 어디서 왔을까? 둘 다 ‘그렇죠’를 줄여 쓴 말이란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또 ‘그렇죠’가 ‘그렇지요’의 준말이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죠’의 기본형 ‘그렇다’는 더 올라가면 ‘그러하다’가 준 것이다. 정리하면 ‘그러하지요→그렇지요→그렇죠→그죠/그쵸’로 준 말임이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그죠/그쵸’만 문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까닭은 왜일까? 기본형 ‘그렇다’가 ㅎ불규칙 용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러하다’가 ‘그렇다’로 주는 현상을 규범화한 게 한글맞춤법 ‘제40항 붙임1’이다. 준말에서 ‘ㅎ이 어간의 끝소리로 굳어져 있는 것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이다. ‘이렇다, 저렇다, 어떻다’ 같은 게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다. ㅎ불규칙인 이들은 활용할 때 받침 ‘ㅎ’이 불규칙하게 탈락한다. 하지만 그 외의 어간 형태는 항상 유지한다. 가령 ‘노랗다’를 보면 ‘노랗고, 노랗지, 노랗다면’으로 어간에 변화가 없다가 모음 어미가 오면 ‘노랗+은→노란, 노랗+으니→노라니, 노랗+아지다→노래지다’ 식으로 ‘ㅎ’이 탈락한다. ㅎ불규칙 활용꼴 ‘그렇죠’는 더 이상 줄지 않아‘그렇다’ 역시 ‘그렇게, 그렇고, 그렇지, 그런, 그러니, 그러면’으로 활용한다. 어간의 일부인 ‘ㅎ’이 탈락할 뿐 어간 형태는 변하지 않는다. ‘그죠/그쵸’의 원형인 ‘그렇죠’는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의 활용꼴 ‘그렇지’에서 ‘-지’는 ‘어떤 사실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거나 묻거나 명령하거나 제안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가령 “나도 가지/언제 오시지?/그는 어떤 사람이지?”처럼 쓰인다. 그 자체로 문장이 완성된 것이며 높임법으로는 ‘해할 자리’에 쓰는 말, 즉 ‘해체(해體)’이다. 상대높임법의 하나로 ‘반말체’라고도 한다. ‘그렇지요’는 여기에 다시 ‘-요’가 붙은 것이다. 이 ‘요’는 존칭 보조사다. ‘해체’로 쓰인 ‘그렇지?’를 ‘해요체’로 바꿔준다. ‘해요체’는 상대방을 윗사람으로 높여 대접하는 경어법이다. 상대경어법에서 ‘합쇼체’보다는 격식을 덜 차리는 높임법이다. 그만큼 덜 정중하면서 좀 더 친밀감을 주는 표현이다. ‘해체’와 함께 일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말투다. 이 ‘그렇지요’가 준 말이 ‘그렇죠’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그죠’는 ‘그렇죠’에서 다시 어간의 일부 ‘-렇-’가 통째로 탈락한 형태다. ‘그쵸’는 어간의 ‘러’가 탈락하고 남은 ‘ㅎ’이 ‘죠’와 결합해 거센소리(ㅊ)로 바뀐 것이다. ‘그죠/그쵸’가 문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까닭은 다른 ㅎ불규칙 용언의 활용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지/그치’가 틀린 이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