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2) 캄보디아

①킬링필드에서 아세안 기대주로
영화배우인 졸리는 2001년 영화 ‘툼레이더’를 찍으면서 캄보디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2002년 생후 7개월이던 매덕스를 입양한다. 이 아이가 자라서 2019년 연세대에 입학했는데 한국과 캄보디아의 인연이 이렇게도 맺어지는 것을 보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크메르 루주 집권기간 화폐제도 폐지
다시 영화로 가보자. 영화의 첫 배경은 캄보디아 공산당 ‘크메르 루주(붉은 크메르)’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 입성하는 1975년 4월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크메르 루주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4년간 자신의 이념을 국민 전체에 강요하면서 일어난 집단학살 사건인 ‘킬링필드’의 주동세력으로, 예일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크메르 루주 집권 기간에 약 138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 가족은 프놈펜에 크메르 루주군이 입성하자 집을 떠나 유랑하다가 군인의 검문에 걸리는데, 그 군인이 “새로운 사회에서는 돈이 필요 없다”고 말하며 돈을 몰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크메르 루주는 1975년 집권하자 화폐제도를 폐지했다.
UN 잠정 통치기간 대규모 외자 유입
캄보디아는 4년간의 킬링필드 비극 후에도 베트남과의 전쟁 및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기를 거쳤고 1991년에야 드디어 내전이 끝났다. 이후 약 2년간 유엔의 잠정통치 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 캄보디아에 약 17억달러가 지원됐다. 이는 당시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7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캄보디아에는 매우 특이한 거래 관습이 존재한다. 자국 통화인 리엘(Riel)화가 있으나 경제활동 대부분에서 미 달러화로 결제하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에도 잠깐 나왔듯이 크메르 루주 집권기에 화폐제도를 폐지한 과거의 불안으로 캄보디아 국민들은 캄보디아 화폐 시스템을 불신하게 됐다. 또 내전 이후 2년간의 유엔 잠정통치 기간에 대량의 달러가 유입됨으로써 미국 달러를 자국민 간의 결제수단으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자국 화폐인 리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유통 통화의 약 95%가 미국 달러이고, 리엘은 달러의 잔돈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19년 7월 캄보디아를 방문했는데, 이때도 굳이 현지 화폐로 환전할 필요가 없었다. 전통시장에서도 미국 달러를 불편 없이 사용했고, 캄보디아 국민끼리도 거래수단으로 미국 달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달러라이제이션으로 인한 낮은 환 리스크와 연평균 7%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캄보디아 금융시장이 외국계 금융사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캄보디아는 킬링필드를 겪은 최빈국에서 1993년 유엔 잠정통치 기간을 거쳐 시장경제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1998년 새 정부를 구성했다. 이후 1999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가입했고,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다. 2003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고, 본격적으로 시장 개방을 시작한다. 상법 및 무역체제 기준 등 46개의 국내법을 광범위하게 개정했고, 2010년 이후에도 연평균 7%대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급속하게 산업화를 진행하면서도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고, 만연한 부패와 낮은 노동생산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시장경제 길라잡이] 자국 화폐보다 달러 쓰는 캄보디아…연 7% 성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AA.22253207.1.jpg)
NIE 포인트
① 화폐의 기능은 무엇이고 그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
② 캄보디아가 자국 화폐를 불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③ 캄보디아가 연평균 7%대 경제성장을 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일까.
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