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준비 가이드
(2) 교과 공부가 중요한 이유
지난주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후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시 40% 확대라는 기조 아래 논술전형의 폐지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발표로 논술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을 것입니다. 특히나 2028년으로 예정된 수능개편에 ‘논술형 서술형 문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논술을 폐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단순암기형, 객관식 문제를 강화하는 것도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습니다. 정시 40% 확대 속에서 다양한 입시전형이 사라지고 그만큼 학생들의 기회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줄어든 만큼 경쟁은 치열해지고 점수 1~2점 차이로 아이들의 서열이 결정되는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전국의 아이들을 일렬로 줄 세워 점수대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과연 공정함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2) 교과 공부가 중요한 이유
교육제도 변해도 논술의 의미는 여전
교육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맞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바뀌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 이겠죠. 15년 넘게 사교육현장에서 논술을 가르치면서 대입제도가 얼마나 자주 변했는지, 그중에서도 사교육의 원흉으로 낙인찍힌 논술이 얼마나 축소돼왔는지를 몸소 경험했습니다. 그렇지만 대입전형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아무리 줄어들어도 논술교육은 미래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논리적 사고능력, 창의적이며 합리적인 문제해결능력, 주체적 판단능력을 키우는 데 논술공부만한 게 없고 이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논술평가만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대입논술이 축소 혹은 폐지되는 동안 편입논술이나 취업논술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방증합니다. 또한 논술을 폐지한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우 면접문제가 사실상 논술문제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대입에서도 여전히 논술공부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논술공부는 바로 ‘교과서’로 하는 것입니다. 논술이 폐지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논술 평가가 너무 주관적이다’ ‘불합격한 이유를 알 수 없어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논술은 객관적인 평가지침을 갖추고 그에 따라 평가합니다. 객관식 시험이 아님에도 ‘정량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대학 출제 및 평가지침서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서법, 원고지사용법부터 논제의 요구, 제시문 독해와 활용법, 논리적 근거 설정까지 상세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평가합니다.
제시문도 대부분 교과서에서 발췌하며 여러 교과목을 통합해 출제됩니다. 그런데 내신처럼 교과서를 암기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교과목에서 배운 중요한 개념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 연관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고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탐구학습이나 소논문 작성 등은 좋은 논술공부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 주요 작품은 제시문으로 자주 나와
문학 교과서에서 실려 있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작품은 2019학년도에 연세대, 2018학년도 중앙대 논술에 등장했습니다. 연세대에서는 명예와 명성이라는 개념과 연관지어 ‘황만근의 삶’을 논하도록 했고, 중앙대에서는 용기의 가치와 연결해 ‘황만근의 행동’을 논하도록 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다 안다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는 한양대, 서울교대, 서강대, 중앙대 등에서 출제됐습니다. 이 작품은 논술문제뿐만 아니라 면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 시 자체에 대한 감상을 묻는 게 아니라 예술의 창작과 모방, 언어와 사고의 관계, 소통의 방식 등 다양한 주제의식과 연관지어 답하도록 구성합니다.
박지원의 ‘허생전’ ‘열하일기’, 정약용의 ‘경세유표’ ‘아들에게 보낸 편지’, 장자의 ‘제물론’,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과 같은 고전뿐만 아니라 ‘원미동시인’ ‘삼포가는 길’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이나 카프카의 ‘변신’, 카뮈의 ‘이방인’ 등도 자주 출제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외에 무수히 많은 작품이 논술문제에 출제돼 왔습니다.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작품, 내용이라면 논술에서도 충분히 다뤄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교과서 내용을 사회현상과 연관짓는 연습 필요
교과서에서 단순하게 언급되기만 한 작품도 많이 다뤄집니다. 예를 들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나 홉스의 ‘국가론’, 루소의 ‘자유론’ 등은 교과서에서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배우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논술문제에서는 원문이 실리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읽어본 학생이 유리한 것 아니냐, 국영수 공부에 독서까지 챙기는 게 너무 부담된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입니다. 필독서에 해당하므로 마땅히 읽어야 하는 책들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논술이 수험생에게 부담인 시험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독서를 많이 하면 분명 논술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논술문제는 그 작품을 읽었는가를 묻는 게 아닙니다. 논술에서는 오늘날의 다양한 사회현상, 문제들과 연관시켜 생각해 볼 만한 또는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주제의식을 다룹니다. 따라서 이런 주제들과 연관될 수 있는 작품이 자주 발췌되는 것이며, 함께 등장하고 있는 다른 제시문과 통합적으로 연관지었을 때 어떻게 의미 분석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