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34)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달걀 3개의 가격이 100조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달걀을 생각하면 달걀 3개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났을까? 바로 짐바브웨라는 국가에서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인 짐바브웨에서 인플레이션과 물가 관리를 잘못해 경제가 회복불능에 빠졌다. 당시 실제 물가상승률은 4억%였다고 하니 ‘인플레이션 중의 인플레이션’이었던 셈이다.인플레이션의 파급력
짐바브웨의 사례는 인플레이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 엄청나게 발행된 결과, 돈의 가치가 떨어져 물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밀턴 프리드먼이 ‘모든 인플레이션은 화폐 현상’이라고 말한 이유다. 짐바브웨의 ‘초인플레이션’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무한정 발행했기 때문이다. 화폐가 남발되는 바람에 지폐가치가 휴지보다 못하게 됐고 달걀을 사려면 수레에 지폐를 실어나를 지경이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에 화폐가치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통화가치의 안정’을 제1목표로 한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국가 경제와 화폐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가치가 하락해 화폐 보유의 기회비용도 늘어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구두창 비용’ ‘메뉴 비용’이 발생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누진세제에서는 명목 소득이 증가하고 높은 세율이 적용돼 조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를 ‘인플레이션 조세’라고 한다. 또한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은 미래에 상환해야 할 원금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채무자는 유리하고, 채권자는 불리해진다. 연금 및 월급을 받는 근로자도 불리해진다. 인플레이션은 여러모로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는 디플레이션
반대로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구매력 감소로 인해 소비가 위축된다. 물가와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생산량이 떨어지고 기업 수지가 나빠지고, 실업이 증가하며 임금도 하락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경기가 침체한다. 자산가치와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자칫 장기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대표적 예다. 이 시기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겪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한 경제 주체들은 물가 하락을 예측해 화폐를 계속 보유하려 한다. 이때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디플레이션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물가 하락의 기대 심리가 더욱 높아지면서 소비·투자가 계속 위축되고, 이에 따라 실물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개인·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또한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물가 관리의 중요성
급격한 인플레이션도, 반대인 디플레이션도 경제에 좋지 않다. 하지만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겪는 당연한 현상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수요와 공급이 많아지고 화폐량도 그에 따라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속도다. 짐바브웨와 같은 초인플레이션을 겪으면 경제도 국민생활도 모두 파탄난다. 중앙은행이 물가목표치를 공표하는 것도 경제 주체들이 미래 기대 인플레이션을 예측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구두창 비용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화폐 보유를 줄이기 위해 자주 금융회사를 방문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거래 비용
메뉴 비용
물가가 오르면 기업들도 물가 상승에 맞춰 재화·서비스 가격을 조정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