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한국 '마이너스 성장' 쇼크
美·中 등 글로벌 경제 견조한데 한국만 '성장엔진' 식어
美·中 등 글로벌 경제 견조한데 한국만 '성장엔진' 식어

설비투자 -10.8%로 21년 만에 최대 감소
한마디로 투자·수출·소비가 모두 부진하다. 1분기 설비투자는 무려 10.8% 감소했다. 1998년 1분기(-24.8%) 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등 주력 제조업의 투자가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설비투자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는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투자 여건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도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2.6% 감소하며 5분기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민간소비(0.1%)는 12분기 만에, 정부소비(0.3%)는 16분기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업종별로는 1분기 성장률에 가장 악영향을 미친 분야는 제조업이었다. 1분기 제조업 총생산은 2.4% 줄었다. 2009년 1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는 올해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8%로 낮췄다. 노무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줄면서 한국 수출이 많이 감소했다”고 하향 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경기 부양책이 성장률 둔화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도 했다. 같은 날 영국 경제예측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조정했다. 한국 정부의 목표치(2.6~2.7%)는 물론 한국은행 전망치(2.5%)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간판급 기업들도 줄줄이 ‘실적 충격’
한국의 성장률 충격은 국내 주요 기업의 나빠진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 상장사들이 올 1분기 줄줄이 ‘실적 충격(어닝쇼크)’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0% 이상 깎인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정보기술(IT) 화학 건설 등 업종이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D램의 시황 악화로 컨센서스보다 68.7% 쪼그라든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반도체 부문 실적이 나빠지면서 시장 추정치보다 12.7% 줄어든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후 10분기 만의 최저치다.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 부문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대비 14.5% 감소한 2753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장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美·中 등 글로벌 경제는 견조한데…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1.4%(전 분기 대비)였다.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하면서 1%대 초반에 그칠 것이란 시장 전망보다 꽤 괜찮은 성적표다. 중국 경제는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50.5)가 4개월 만에 다시 50을 넘어섰다.
■NIE 포인트
한국의 1분기 경제 상황을 업종별로 정리해보자. 기업의 설비투자가 왜 경제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되는지 생각해보자. ‘성장률 쇼크’에 빠진 한국이 이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토론해보자.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