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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은 연간 5조50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며 국내총생산(GDP)의 0.3%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는 중장년층의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히어로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죠.
과거의 팬덤은 만들어진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에 불과했어요. 그래서 팬덤 활동을 ‘덕질’로 치부하거나 ‘빠순이’나 ‘오타쿠’ 같은 비속어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팬덤은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소비 집단을 넘어 새로운 경제 흐름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부상했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했어요. 팬들은 직접 2차 창작물을 제작해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콘텐츠를 홍보하며,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시장의 판도까지 좌우합니다.
지난해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에 빠진 사람들은 커버 댄스와 밈(meme), 팬아트, 챌린지 영상 등을 만들며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확산시켰어요. 팬들이 스스로 홍보와 생산까지 참여한 겁니다. 그 결과 빌보드 등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적 신드롬으로 이어지게 됐죠. 하나의 문화현상을 넘어 전 세계 뉴노멀로 자리 잡은 ‘팬덤 경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볼게요. '최애'를 좋아했을 뿐인데…경제가 움직였다
불경기 지갑 여는 팬덤 경제의 빛과 그림자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한정된 시간과 관심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됐고, 이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결집 가능한 팬덤이 결국 시장의 경제적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겁니다. 특히 하이브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팬덤의 활동을 데이터화해 인공지능(AI) 사업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과 SNS로 날개 단 팬덤
팬덤 경제가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에는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SNS)의 발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팬들의 응원 방식이 앨범을 구매하거나 공연장, 팬미팅을 찾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팬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해 전 세계로 공유할 수 있어요.
특히 K-팝은 팬덤 경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산업입니다. 팬들은 위버스나 버블, 프롬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전용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와 실시간 소통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독점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커머스와 콘텐츠가 결합한 ‘엔터테크(Enter-Tech)’ 산업이죠. 최근엔 유니버설뮤직그룹 같은 글로벌 기업도 위버스에 입점하며 팬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기술이 팬과 스타 간의 거리를 허물고 24시간 연결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로, 팬이 늘수록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이 증가하고 다른 팬들을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플랫폼의 영향력과 수익을 키우는 것이죠. 팬들은 음원뿐 아니라 응원봉, 포토 카드, 의류, 캐릭터 상품 등 소비 영역을 넓히며 새 시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전체 소비까지 자극
팬덤 경제는 일반적인 소비 행태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지갑을 닫습니다. 반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이나 물가상승 등 대외적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경향이 뚜렷하거든요.
전통 경제학에서 소비는 주로 가격과 품질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반면 팬덤 소비는 감정과 유대감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애플 팬들이 아이폰만 고집하고,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이 그가 광고하는 제품을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정체성 소비(Identity Consumption)’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나는 이 브랜드와 스타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소비로 증명하기 때문에 팬덤 소비는 경기침체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요. 코로나19 시기에도 K-팝 산업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력한 팬덤 덕분이었다는 해석이죠.
팬덤 경제의 범위는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BTS의 사례처럼 인근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역 경제 전반의 소비까지 자극합니다. 이를 ‘파급효과(Multiplier Effect)’라고 해요. 콘서트 티켓 구매라는 단발성 소비에서 시작된 지출이 숙박, 교통, 외식, 쇼핑 등으로 연쇄적으로 확산하며 연관 산업에 더 큰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겁니다.
기업 가세…팬덤 경제의 그늘도
이제 팬덤은 연예인이나 아티스트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일반 기업들도 브랜드 팬덤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자체 팬클럽 ‘호그’를 운영하며 강력한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팬덤 전략은 일반적인 광고보다 파급력이 큽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대사가 되어 제품을 추천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구전 효과(Word of Mouth Effect)’라고 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는 공간을 설계하는 ‘팬 인게이지먼트(Fan Engagement)’ 전략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팬덤 경제에 긍정적 측면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과도한 소비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높아요.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해 앨범을 수백 장 구매하는 행태는 자원 낭비와 환경문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팬들의 지나친 간섭과 사생활 침해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팬덤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 돌아서기 쉽거든요.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팬덤 경제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체 불가능한 충성 고객의 가치는 절대적이기 때문이죠. AI 기술의 발전은 팬과 창작자의 경계를 허물며 팬덤 경제의 외연을 더 확장할 것입니다. 결국 팬덤 경제의 본질은 스타와 팬,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 있을 겁니다. NIE 포인트 1. 플랫폼에 팬이 늘수록 콘텐츠 생산 및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은 무엇일까?
2. 왜 팬덤 소비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다르게 나타날까?
3. 팬덤 경제의 부정적 측면이나 문제점에 대해 말해보자.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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