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바로 알기 (1)

'-률/-율'의 구별은 확실하고도 단순한 규칙이 있다.
원래 음이 '-률'이므로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된다.
다만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로 적는다>는 규정만 기억해 두면 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ㄴ받침 뒤에선 '률' 아닌 '율'로 써야 해요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잘못 쓰는 우리말 사례’가 단골 소재로 거론된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우리 주위에서 국어 사용 오류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윤상직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생존율’을 ‘생존률’로 잘못 쓰는 등 맞춤법을 틀리게 낸 보도자료 사례를 지적했다.

모음 또는 ㄴ받침 뒤에서만 ‘-율’로 적어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ㄴ받침 뒤에선 '률' 아닌 '율'로 써야 해요
황주홍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숫자 표기 방식의 오류를 질타했다. ‘20천 톤, 50백만 원.’ 정부 및 공공기관 공문서에 쓰인 이런 식의 표기는 국어기본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2만 톤, 5000만 원이라고 하면 누구나 금세 알아본다.

생존율에 붙은 ‘-율(率)’은 비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본래 음은 ‘률’이다. 이 말은 ‘경쟁률/입학률/취업률’ 같은 데서는 ‘-률’로, ‘감소율/할인율/환율’ 같은 데서는 ‘율’로 적는다.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하지만 ‘-률/-율’의 구별은 확실하고도 단순한 규칙이 있다. 우선 원래 음이 ‘-률’이므로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된다. 다만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로 적는다>는 규정만 기억해 두면 된다. 한글맞춤법 11항에 나오는, 우리말 두음법칙 가운데 하나다. 두음법칙이란 ‘한자어에서 첫머리에 ㄴ, ㄹ이 오는 것을 피한다’는 규정이다.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녀자(女子)’는 ‘여자’로, ‘래일(來日)’은 ‘내일’로 적는 것을 말한다.

숫자는 ‘만 단위’로 적어야 알기 쉬워

이를 뒤집어 말하면 첫머리 외에는 한자음 그대로 적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률(率)’의 경우 유독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로 소리 나므로 이를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이 중에서 ‘모음 뒤’에서는 틀릴 일이 없다. 가령 이자율이니 감소율, 실패율 따위를 억지로 ‘-률’로 발음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리 나는 대로 적되 ‘ㄴ받침 뒤’에서 이 규정을 확실히 떠올리면 된다. 생존율을 비롯해 환율(換率), 백분율(百分率), 운율(韻律), 전율(戰慄) 같은 말을 ‘-률’로 잘못 적는 일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예컨대 음률(音律)과 선율(旋律)은 같은 律이지만 단어에 따라 률과 율이 달라지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 외에는 모두 ‘출생률/합격률/실업률’ 식으로 한자음 그대로 적으면 된다.

숫자를 적을 때 ‘20천 톤’이니 ‘50백만 원’이니 하는 것도 맞춤법을 무시한, 공급자 위주의 표기 방식이다. 한글 맞춤법에서는 <수를 적을 적에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고 명시했다(제44항). 만 단위란 ‘12억 3456만 7890원’ 식으로 적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에서는 수를 읽을 때 단위를 ‘만, 억, 조’처럼 만 단위로 구별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도록 한 규정이다. 가장 쉽게,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20천 톤, 50백만 원’은 영어식 표기다. 영어에서는 thousand, million, billion 식으로 천 단위로 커진다. 우리는 ‘2000만’이라고 하는 것을 영어에서는 ‘20 million’, 즉 ‘20백만’으로 적으니 우리에겐 불편한 방식이다. 당연히 ‘읽기 쉽고 알기 쉬운’ 글쓰기에서도 벗어난다. 이외에도 ‘20.5억 원’ 같은 표기도 버려야 할 방식이다. 20억 5000만 원이라고 하면 알기 쉽다.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