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경성의 모던뽀이들은 머리에 '포메드'(포마드)를 바르고
'맥고모자'(밀짚모자)로 한껏 멋을 낸 뒤 '끽다점'(찻집)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맥고모자'(밀짚모자)로 한껏 멋을 낸 뒤 '끽다점'(찻집)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모던뽀이'에서 'X세대'…진화하는 우리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0/AA.14849148.1.jpg)
사전에는 말과 함께 사회 변천 담겨
‘모던껄’ ‘모던뽀이’는 1920~1930년대 선진문물 유입과 함께 유행을 선도한, 지금으로 치면 신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이었다. 신문에선 이를 줄여 모껄, 모뽀 식으로도 썼으니 언론의 약어 선호는 꽤나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경성의 모던뽀이들은 머리에 ‘포메드’(포마드)를 바르고 ‘맥고모자’(밀짚모자)로 한껏 멋을 낸 뒤 ‘끽다점’(찻집)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이런 말들은 모두 1940년 문세영의 <수정증보 조선어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단어가 됐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모던뽀이'에서 'X세대'…진화하는 우리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0/AA.17953511.1.jpg)
1960~1970년엔 군부 독재에 대한 저항과 히피문화 등 자유를 중시하는 서양 문화의 영향으로 ‘장발족’이 생겨났다. 가수 윤복희의 패션을 계기로 ‘미니스커트’도 유행했다. 이런 변화는 <새우리말 큰사전>(삼성출판사, 1975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팔바지’ ‘통기타’ ‘팡탈롱’(판탈롱)이 사전(국어대사전, 민중서림)에 오른 것도 이즈음이다. 모두 어르신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젊은이에겐 낯설지만 재미있는 우리말 맛을 느끼게 해주는 낱말들이다.
디지털시대엔 종이사전의 가치 더 빛나
1990년대 경제적 풍요 속에 강한 개성을 지닌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을 가리키는 ‘엑스(X)세대’ ‘신세대’란 말이 탄생한 것도 이때쯤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1999년)이 이들을 반영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지탄과 더불어 일부 계층에서 유행한 ‘오렌지족’이니 ‘명품족’이니 하는 말은 미처 오르지 못했다. 2009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 나올 때 표제어로 올라 비로소 단어가 됐다.
2010년대 들어선 ‘삼포세대’니 ‘공시족’ 같은 용어가 나와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짙게 드리웠다. 이런 말은 부디 사전에 오르지 않고 한때의 유행어로 흘려보낼 수 있게끔 우리 경제·사회가 한 차례 더 도약해야 할 때다.
사전은 우리말뿐만 아니라 사회 변천상까지 담고 있는 보물창고다. 내일(10월9일)이 572돌 한글날이다. 마침 개화기부터 최근까지 우리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사전의 재발견’이란 주제로 지난달 개막해 오는 12월25일까지 계속된다. 우리말 사전의 역사를 다룬 첫 전시회다.
140여 년 전 나온 우리말 대역사전인 ‘한불자전’ 원고를 비롯해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분실했다가 해방 뒤 서울역 화물창고에서 극적으로 되찾은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 미공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는 데 밑거름이 된 귀한 자료들이다.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