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신도시 개발 빛과 그늘

판교 등 2기는 61만가구 공급
수도권 신도시, 서울 주택 부족해 1989년부터 짓기 시작…1기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우리나라에서 신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만성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소하자는 차원이었다. 1980년대 후반 서울에서 추가로 개발할 땅이 부족해지자 경기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외곽에 신도시를 건설한 것이 그 시초다. 2005년 수립된 국토교통부 내규인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 기준’에 따르면 신도시는 330만㎡ 이상 규모로 시행하는 개발사업이다. 자족성, 쾌적성, 편리성, 안전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계획에 의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도시를 말한다.

‘200만 가구 공급’ 대책으로 출발한 1기 신도시

수도권 1기 신도시는 노태우 정부 시절 200만 가구 공급 계획의 하나로 출발했다. 1980년대 한국 경제는 수출이 늘면서 도시가 빠르게 확장됐다. 노태우 정부는 1988년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엔 ‘3저(저금리, 저물가, 원화 약세) 호황’과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가 겹치면서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였다. 여기에다 베이비부머들의 결혼이 러시를 이루면서 1988년 한 해에만 서울 집값이 24% 치솟았다.

1기 신도시 개발은 1989년 시작됐다.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5개 도시다.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20㎞ 안팎의 지역에 5개 주거단지 총 28만2000여 가구를 건설하는 게 목표였다. 당시 서울 전체 주택 수의 20%에 달하는 규모였다.

1기 신도시는 200만 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된 이후 1989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5년 고양 일산, 안양 평촌, 군포 산본을 시작으로 1996년 성남 분당, 부천 중동까지 총 5곳이 조성 완료됐다. 5개 신도시는 업무, 주거, 상업, 공공청사, 체육시설, 공원, 녹지 등 생활 편익시설이 완비된 도시다. 면적으로 보면 분당이 19.6㎢로 가장 넓고 일산(15.7㎢), 중동(5.5㎢), 평촌(5.1㎢), 산본(4.2㎢) 순이다. 신도시별 거주 인원은 분당이 97만6000명, 일산 69만 명, 평촌 42만 명, 산본 42만 명, 중동이 41만4000명 등이다.

서울 집값은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1991년 하락세로 돌아섰다. 향후 공급될 양질의 주택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집을 사겠다는 매수세가 잦아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기 신도시는 전철 등을 통한 뛰어난 서울 접근성, 좋은 주거환경과 우수한 학군 덕분에 중산층의 인기 주거지역으로 각광받았다.
수도권 신도시, 서울 주택 부족해 1989년부터 짓기 시작…1기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2000년대엔 판교·동탄·위례 등 2기 신도시

2000년대 초반 들어 2기 신도시가 차례로 조성됐다. 성남 판교·화성 동탄·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김포 한강·파주 운정·인천 검단신도시는 서울 강서·강북지역의 주택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지어졌다. 광교신도시는 수도권 남부의 행정 기능을, 양주(옥정·회천)와 고덕국제화계획지구는 각각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안정적으로 택지를 공급하고 거점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3년 시작된 2기 신도시 개발 배경도 1기 때와 비슷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주택 공급이 급감했지만 이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었다. 주택을 건설하는 데 3~5년 걸리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이었다. 노무현 정부 5년(2003년 2월~2008년 2월)간 56.4% 상승했다. 집 없는 서민들이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고 정권의 지지 기반을 뒤흔든 원인 중 하나로도 꼽혔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신도시 내 자족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게 2기 신도시다.

신도시별 면적을 보면 성남 판교가 8.92㎢, 화성 동탄1구역 9.04㎢, 화성 동탄2구역 24.04㎢, 김포 한강 11.74㎢, 파주 운정 16.61㎢, 광교 11.30㎢, 양주(옥정·회천) 11.17㎢, 위례 6.67㎢, 고덕 국제화 13.42㎢, 인천 검단 11.18㎢다. 화성 동탄2신도시가 가장 크고, 김포 한강·파주 운정·광교·양주·고덕 국제화·인천 검단 등은 10㎢ 이상의 면적에 조성됐다. 이들 수도권 신도시에는 총 61만 가구가 공급되도록 계획됐다. 상당수 신도시가 건설을 일정 부분 완료했으나 주택 공급이 아직 다 이뤄지지 않은 곳도 여럿 있다.

● NIE 포인트

우리나라에서 1, 2기 신도시가 조성된 배경과 구체적 내용, 그리고 효과를 정리해보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신도시 주택 공급이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토론해보자.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