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1929년 10월24일, 뉴욕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미국을 휩쓴 대공황은 시작되었다. 대공황으로 공장이 줄줄이 도산했고, 가계도 파산했고, 15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생겼다.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 경기 침체였다. 대공황은 한 가지 이유로 발생하지 않았다. 과잉 투자와 공급, 미 중앙은행(Fed)의 잘못된 통화정책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대공황을 심화시킨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보호무역 정책.스무트-할리 관세법이 그 보호무역 정책이다. 미국 상원의 리드 스무트와 하원의 윌리스 할리라는 두 명의 공화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관세법이 세계 경제에 유례없는 침체를 불러왔다. 스무트-할리 관세법은 미국의 산업 부흥과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관세법안은 완전히 반대 효과를 낳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 법의 좋은 의도와 목적과 달리, 실제로는 나쁜 결과를 보였다. 스무트-할리 관세법은 이 속담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었다.
관세법은 2만여 개 수입품에 대해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다. 법안이 발효되기 전 어빙 피셔, 폴 더글러스 등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후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기업인들 또한 이 법에 큰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경제 전문가와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경제 주체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결국 스무트-할리법은 통과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대공황으로부터 미국을 구해줄 것이라는 법안이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미국으로 가는 수출이 막힌 여러 국가는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국제 교역은 당연히 급격히 감소했고, 미국의 국내총생산 또한 감소했다. 국내총생산 감소는 실업률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왔다. 결국 대공황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져 세계 경제와 역사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렇듯 보호무역은 가계·기업·정부 그리고 해외의 모든 경제 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할 국제교역의 방향은 무엇일까? 바로 자유무역이다. 고대 물물교환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타인과 흥정하며 교환했다. 교역의 기본원리 또한 다르지 않다.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스위스에서 가장 저렴하게 밀을 생산하는 방법은 시계를 제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계를 수출해 번 돈으로 캐나다의 밀을 수입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무역이다.
현재 우리가 칠레산 포도와 호주의 소고기, 각종 열대 과일 등을 국내 마트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이유 또한 자유무역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이 잘하는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제품 등을 수출하여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의 각종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을 수입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세계 각국과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결국 자국과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크나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