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인공지능과 의사의 역할

AI와 의료서비스 결합은 지속 확대
인공지능과 인간 의사의 시너지는
의사와 환자 모두의 혜택으로 돌아가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4차산업혁명 이야기] 의료서비스에 AI를 활용해도 최종결정은 인간이 해야죠
2016년 11월 『미국의학회저널(JAMA)』에는 당뇨성 망막변증 진단에 대한 논문이발표되어 주목을 받았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안과 전문의보다 더욱 정확한 판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 전문 학술지에 인공지능 기술의 우수함을 증명한 논문이 게재된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보다 놀라운 점은해당 논문의 연구자가 의사가 아니라 구글의 엔지니어였다는 점이다.

평균적인 전문의보다 높은 성적의 인공지능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당뇨성 망막변증을 진단하는 영상 판독 과정에서 안과 의사들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의사가 동일하게 병의 수준을 진단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의사에 따라 질병이 없다는 진단부터 병이 심각하다는 해석까지 편차가 큰 환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의사들의 경험 차이일 수도 있고, 착각일 수도 있으며, 환자의 케이스가 매우 특이해서일 수도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글은 안구 사진을 진단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구현했다. 인도와 미국의 안과 전문의 및 레지던트 54명을 고용하여 약 13만 장의 안저 사진을 3~7회 중복 판독시켰다. 인간 의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편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렇게 결론이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학습 이후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안저 사진을 판독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구글이 고용한 54명의 의사 중 가장 일관된 판독을 보여주었던 7~8명의 진단 결과와 비교했다. 결과는 매우 우수했다.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AUC(Area Under the Curve)의 값이 0.99를 기록했다. 참고로 AUC 수치는 ‘민감도(질병이 있는 사람을 검사해 질병이 있다고 판단하는 비율)’와 ‘특이도(질병이 없는 사람을 검사했을 때 질병이 없다고 판단하는 비율)’를 모두 고려한 척도로 1에 가까울수록 좋은 성능임을 보여준다. IT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구글의 수석 연구원 제프 딘은 2016년 11월30일 구글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기계학습 모델이 당뇨성 망막변증의 판독에 대해 평균적인 안과 전문의보다 성적이 더 좋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사 대체 논쟁

몇몇 의료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 의사의 대체 가능성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마이크로시템즈를 창업한 실리콘밸리 IT 분야의 전설인 비노드 코슬라는 2012년 《The Health Care Blog》에 기고한 글에서 인공지능이 80%의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더 이상 영상의학과 전문의 양성을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가 최윤섭 박사의 저서 《의료 인공지능》에 소개된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 교수는 5년 안에 딥러닝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같이 급진적인 주장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인공지능은 많은 분야에서 직업이 아닌 직무를 대체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의사라는 직업 혹은 특정 분야의 의사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의해 이들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세부적으로 그 역할이 다양하다. 다양한 진료과가 존재하고 서로 다른 진료과마다 역할이 상이하며, 진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직업이 모두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즉 사라지는 역할도 존재하지만, 유지되거나 심지어 새롭게 생겨나는 역할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최종결정권은 인간의 몫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에서 보다 중요도가 높아지는 역할은 최종결정권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주체도, 인공지능의 조언을 받아 진단하는 주체도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 권한은 곧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보다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의료 인공지능》의 저자인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가 최윤섭 박사는 환자에 대한 공감 및 감성적인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환자를 증상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선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제퍼슨의과대학의 조지프 고넬라 교수 연구팀이 891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공감능력이 높은 의사에게 진료받은 환자들의 건강상태가 더 많이 호전되었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시너지가 만들어 낸 효율성이 다른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거름이 된다면 그 혜택은 의사와 환자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