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글로벌 이슈 난민문제
유럽 넘어 한국까지 밀려온 난민… 각국, 해법 놓고 갈등
한국에도 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난민 신청으로 인해 한국도 유럽과 똑같은 사회 문제를 겪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난민 신청 건수는 역대 최고인 1만8000여 건에 달할 전망이다. 3년 안에는 12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법무부는 예상했다.

법무부 “3년 내 난민 신청 12만 명”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하더라도 난민으로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신청자가 해당국에서 박해받을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난민 신청 수용률은 매년 1~2%다. 난민 신청 사유는 종교적 이유가 2927건(29.4%)으로 가장 많다. 파키스탄, 이집트 등 이슬람권 국가 출신이 ‘기독교 개종’을 이유로 난민을 신청하는 사례가 다수다. 신청자의 30%가량은 불법 체류자다. 유럽의 난민과 한국으로 오는 난민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동안 난민 심사는 평균 1년6개월이 걸렸지만 신청자가 늘면서 심사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신청인이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면 다시 6개월~1년가량 지나간다. 난민 신청만으로 체류 기간을 최소 2년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초기 6개월간 매달 최저생계비(1인 가구 기준 43만2900원)를 지급한다. 6개월이 지나면 기존에 일하던 직장으로 돌아가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할 수 있다. ‘한국에 가서 난민 신청을 하면 2년간 돈을 벌고 올 수 있다’는 믿음이 브로커들을 통해 세계로 퍼지는 배경이다. 난민 관련 업무를 하는 한 행정사는 “한국으로 오는 난민 비용은 1인당 4000~5000달러(약 450만~550만원) 수준으로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보다 200만원 이상 싸다”고 설명했다.

무비자 입국 제도를 통해 제주도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500여 명의 예멘인이 최근 예외적 취직을 하게 된 것도 정부의 우호적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국의 난민 제도가 ‘진짜 난민’보다는 체류 연장의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난민 심사 인력을 늘리고 ‘꼼수 신청’에 대한 대책을 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넘어 한국까지 밀려온 난민… 각국, 해법 놓고 갈등
헝가리, 반(反) 난민 강화법 제정

2017년 유엔난민기구(UNHCR)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난민 수는 6850만 명이다. 영국 인구(6657만 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난민은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 분쟁국에서 발생한다. 시리아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소말리아 등 분쟁이 지속되는 10개 나라의 난민이 전체의 70%다.

이들은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스페인으로 들어오거나 터키를 통해 유럽땅을 밟는다. 난민의 길목인 터키는 35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한 세계 최대의 난민 수용국이다. 터키가 유럽 주요국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각 유럽 국가에서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지난 6월20일 헝가리 의회가 반난민 정책을 묶은 ‘스톱 소로스(STOP SOROS)’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새 법률은 난민 지위를 신청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헝가리 내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인 및 단체 관계자들을 최고 징역 1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셰일가스 개발로 난민 증가” 분석도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같은달 28~29일 유럽 난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모였다. 독일 대연정은 강경한 반(反) 이민 기조의 기사당(CSU)과 비교적 관용적 이민 노선을 취하는 기민당 및 사민당이 대립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앞서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의 난민구조선 ‘아쿠라리우스’호가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의 입항 거부로 난민 629명을 태운 채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으로 향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를 놓고 이탈리아를 비판하면서 양국 간 외교전으로 번졌다.

난민 유입 증가를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도미노 효과로 보는 국제 정치 전문가들도 있다. 중동 원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미국이 중동에서 손을 뗐고 그 결과 난민을 만들어내는 분쟁지역이 늘었다는 것이다. 난민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지구촌은 오늘도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NIE 포인트

인권단체 등은 난민 수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수용 여건이 미흡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리나라가 난민을 수용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토론해보자. 난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난민 대우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보자.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