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논술전형 특징 (12)
한국외국어대는 5월에 치러진 모의논술을 통해 전년도와 달라진 것을 공개했다. 작년까지 120분 동안 4문항을 풀어야 했다면 올해부터는 100분 동안 3문항을 작성해야 한다. 또한 인문과 사회로 구분해 출제된다는 변화도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 유형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외대는 외국어대학교라는 특성을 반영해서인지 전통적으로 영어 지문을 포함시켜왔고 논리적 추론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며 다양한 시각 자료를 제시문으로 배치해왔기 때문이다. 인문계열에서는 영어 제시문이, 사회계열에서는 통계 및 도표 자료가 출제되므로 영어 제시문과 통계, 도표 자료를 모두 준비해야 했던 작년까지의 수험생에 비해 올해 수험생들은 자신의 지망에 따라 각각의 능력을 집중 배양할 수 있다.인문계열은 영어 제시문…수능 최저기준은 완화
글로벌캠퍼스의 경우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됐고 수학(가) 영역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수능영역에서도 본인이 희망하는 영역만 응시해도 되므로 집중과 분산 등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학습 계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다면 일부 영역만 응시해도 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수능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게 효과적일지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교과 등급 간 점수차가 미미하지만 만회 불가능한 등급도 있어요.
한국외대는 논술 전형에서 학생부 교과 30%, 논술 성적 70%를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주요 교과인 국·영·수·사의 모든 과목을 반영하므로 평소에 내신 관리를 성실하게 해온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신 등급별 점수 격차가 미미하기 때문에 논술에 보다 집중적인 학습이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신등급은 300점 만점으로 계산되며 1등급에서 5등급의 점수 격차는 7.5점으로 1등급과 2등급은 0.75점, 2등급과 3등급은 1.5점, 3등급과 4등급은 2.25점, 4등급과 5등급은 3점 순으로 점차 벌어진다. 만약 5등급 학생이 1등급 학생과 동점을 받으려면 논술 점수를 7.5점 정도 더 확보하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6등급부터는 15점, 30점씩 차이가 벌어지므로 사실상 만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교과 내신이 5등급 학생까지는 지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지만 그 이하인 학생은 논술에서 만점을 받아도 합격이 어렵다는 점에서 지원을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논술은 평범하면서 독특한 재미도 있다.
이번 모의논술을 보면 1번 문제는 5개 제시문을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요약하라고 했다. 이는 성균관대, 경희대 1번 문제와 비슷하다. 따라서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대를 동시에 대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작년까지 1번 문제는 특정 제시문을 기준으로 두 개의 제시문을 비교하거나 요약할 것을 요구했다. 변화된 것처럼 보이나 1번 문제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한 제시문 독해능력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따라서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핵심 논지를 정확한 개념어나 핵심어를 이용해 요약하고 각 논지 사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2번 문제는 비판과 평가, 한계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역시 오랫동안 유지돼 온 한국외대의 전통적 논술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준점이 되는 제시문(문제 1에서 분류, 요약의 대상이 되는)을 적용해 문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데, 이를 통해 수험생의 논리적인 근거 제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제시문들 사이의 논리적 연관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평가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를 포함하거나,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재반박 등 보다 창의적이고 심층적인 구성으로 전개하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3번 문제는 논리적 추론능력을 평가하는 게 목적이라고 대학에서도 밝히고 있다. 모의논술을 보면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의 구분이 이 문제에서 이뤄진다. 분석해야 하는 대상 제시문이 인문에서는 영어 제시문, 사회에서는 도표 자료라는 차이가 있을 뿐 문제 1에서 분류 요약된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를 분석해 내는 게 관건이다. 이 문제는 한국외대 논술의 뚜렷한 특징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암기 주입식 정보로는 절대 접근할 수 없다. 주어진 상황을 면밀히 살펴 요구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제시문들의 연관성을 토대로 출제자가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지 등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은희 < 로지카논술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