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데 대한/대하여'는 북한의 글말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가령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데 대하여' '기록영화를 잘 만들데 대하여' '사회주의적 문학예술을 발전시킬데 대한~' 식이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지난 4월27일 오후 ‘판문점 선언’ 전문(全文)이 공개됐을 때 가장 혼선을 빚은 대목은 이 문장이었다.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은 우리에게 낯선 표현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사용하지 않을 때 대한’으로 바꿔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남에선 ‘~데’보다 ‘~것’에 익숙해
‘-ㄹ데 대한/대하여’는 북한의 글말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북한에선 ‘아는것이 힘이다’처럼 의존명사를 앞 단어에 붙여 쓴다. 선언문 원본도 ‘~하지 않을데 대한’으로 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데 대하여’ ‘기록영화를 잘 만들데 대하여’ ‘사회주의적 문학예술을 발전시킬데 대한~’ 식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관형형 어미 ‘-ㄹ’과 의존명사 ‘데’, 동사 ‘대하다’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대하다’는 타동사로서, 앞에 오는 ‘무엇’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때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통상 구체적인 대상(체언)이 오는 게 우리 어법이다. ‘전통문화에 대한/건강에 대하여/이 사건에 대하여’처럼 쓴다. 이에 비해 의존명사 ‘데’는 추상성이 강한 단어라 ‘대하다’ 앞에 잘 오지 않는다. 북에서 쓰는 ‘~할데 대한’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데’를 ①‘곳’이나 ‘장소’ ②‘일’이나 ‘것’ ③‘경우’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쓰임새는 북한 <조선말대사전>에서도 같다. 일단 선언문의 ‘~하지 않을 데 대한’에 쓰인 ‘데’가 의미상 ‘곳/장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이나 ‘것’ 또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실제로 북에서 쓰는 ‘~할데 대한’ 구문은 대부분 ‘일’이나 ‘것’의 의미이다. 구체적으로는 ‘과업’이나 ‘과제’에 해당한다.
달라진 말글 통해 남북 이해의 폭 넓혀야
어미 ‘ㄹ’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시제 의미 없이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니 ‘~할 데’의 구성은 문법적으로는 이상할 게 없다. 우리가 ‘~할데 대한’을 낯설게 보는 까닭은 남에선 ‘데’보다 ‘것’의 쓰임새가 활발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는 현대 우리 어법이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과도 관련돼 있을 듯하다.(일본어에서는 우리말 ‘것’에 해당하는 ‘모노(もの)’의 사용이 매우 빈번하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 선언문의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은 ‘사용하지 않을 것에 대한’ 정도로 보면 무난하다. 그래도 여전히 표현이 매끄럽지 않은 까닭은 ‘~에 대한’이 의미상 불필요한 군더더기이기 때문이다. ‘~불가침 합의’ 앞에는 그 내용에 해당하는 관형절이 오면 그만이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정도가 좀 더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3회에 걸쳐 남북한에서 달리 쓰는 표현에 대해 알아봤다. 이 외에도 북에선 ‘김정은 일가’에 대한 표현 등 체제적 특수성에 따른 어법상 변화가 많이 있다. 이것들은 다음 기회에 살펴본다. 북한의 말글을 들여다보는 까닭은 남북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발판으로 삼기 위함이다. 흔히 ‘남북한 언어 이질화’라고 할 때의 ‘이질화’ 개념도 논란거리다. 낯설고 어색하다고 해서 그것을 이질화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자칫 일부 사례를 과대포장해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지난 4월27일 오후 ‘판문점 선언’ 전문(全文)이 공개됐을 때 가장 혼선을 빚은 대목은 이 문장이었다.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은 우리에게 낯선 표현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사용하지 않을 때 대한’으로 바꿔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남에선 ‘~데’보다 ‘~것’에 익숙해
‘-ㄹ데 대한/대하여’는 북한의 글말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북한에선 ‘아는것이 힘이다’처럼 의존명사를 앞 단어에 붙여 쓴다. 선언문 원본도 ‘~하지 않을데 대한’으로 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데 대하여’ ‘기록영화를 잘 만들데 대하여’ ‘사회주의적 문학예술을 발전시킬데 대한~’ 식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관형형 어미 ‘-ㄹ’과 의존명사 ‘데’, 동사 ‘대하다’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대하다’는 타동사로서, 앞에 오는 ‘무엇’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때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통상 구체적인 대상(체언)이 오는 게 우리 어법이다. ‘전통문화에 대한/건강에 대하여/이 사건에 대하여’처럼 쓴다. 이에 비해 의존명사 ‘데’는 추상성이 강한 단어라 ‘대하다’ 앞에 잘 오지 않는다. 북에서 쓰는 ‘~할데 대한’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데’를 ①‘곳’이나 ‘장소’ ②‘일’이나 ‘것’ ③‘경우’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쓰임새는 북한 <조선말대사전>에서도 같다. 일단 선언문의 ‘~하지 않을 데 대한’에 쓰인 ‘데’가 의미상 ‘곳/장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이나 ‘것’ 또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실제로 북에서 쓰는 ‘~할데 대한’ 구문은 대부분 ‘일’이나 ‘것’의 의미이다. 구체적으로는 ‘과업’이나 ‘과제’에 해당한다.
달라진 말글 통해 남북 이해의 폭 넓혀야
어미 ‘ㄹ’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시제 의미 없이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니 ‘~할 데’의 구성은 문법적으로는 이상할 게 없다. 우리가 ‘~할데 대한’을 낯설게 보는 까닭은 남에선 ‘데’보다 ‘것’의 쓰임새가 활발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는 현대 우리 어법이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과도 관련돼 있을 듯하다.(일본어에서는 우리말 ‘것’에 해당하는 ‘모노(もの)’의 사용이 매우 빈번하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 선언문의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은 ‘사용하지 않을 것에 대한’ 정도로 보면 무난하다. 그래도 여전히 표현이 매끄럽지 않은 까닭은 ‘~에 대한’이 의미상 불필요한 군더더기이기 때문이다. ‘~불가침 합의’ 앞에는 그 내용에 해당하는 관형절이 오면 그만이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정도가 좀 더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3회에 걸쳐 남북한에서 달리 쓰는 표현에 대해 알아봤다. 이 외에도 북에선 ‘김정은 일가’에 대한 표현 등 체제적 특수성에 따른 어법상 변화가 많이 있다. 이것들은 다음 기회에 살펴본다. 북한의 말글을 들여다보는 까닭은 남북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발판으로 삼기 위함이다. 흔히 ‘남북한 언어 이질화’라고 할 때의 ‘이질화’ 개념도 논란거리다. 낯설고 어색하다고 해서 그것을 이질화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자칫 일부 사례를 과대포장해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