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4차 산업혁명과 협업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엔 협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672297.1.jpg)
디지털 시대의 집단의 중요성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엔 협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01.16692448.1.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집단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2007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소개된 노스웨스턴대학의 스테판 부키와 캘러그 경영 대학원의 벤자민 존스의 연구는 이를 증명한다. 이들의 연구인 ‘The Increasing Dominance of Teams in Production of Knowledge’에 의하면 지난 50년간 모든 학술 분야에서 팀의 연구가 개인의 연구보다 많아지고 있고, 규모가 보다 큰 팀에서 수행한 연구가 인용된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뿐만 아니라 50년 전에는 단일 저자의 논문이 인용될 확률이 높았지만 오늘날 이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도 발견했다. 디지털 경제 형성의 근간을 이루는 과학 및 공학 분야의 경우 1000회 이상 인용될 확률이 팀의 연구가 개인 연구보다 530%나 높았다는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정보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는 오늘날 지식 창조의 중심이 개인이 아닌 집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창조적 인간 만드는 집단지성
집단을 중심으로 한 지식 창조의 경향은 훌륭한 집단을 만드는 요인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카네기멜론과 MIT, 유니온대학의 2010년 연구는 매우 선도적이다. 이들은 집단을 하나의 생물체로 간주하여 집단의 지능을 파악하는 연구를 했다. 논문에서 이들은 집단의 지능을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라고 이름 붙였다. 사이언스지에 소개된 이들 연구는 다음의 두 가지를 밝혀냈다. 집단 구성원의 IQ와 집단의 수행능력 간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집단의 능력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사회적 민감성’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민감성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의미한다. 즉,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의 능력은 인간 상호작용의 미묘한 요인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몸짓으로부터 감정 상태를 읽어내고, 말투를 통해 의중을 읽어내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기계 역시도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사람의 인상과 말투를 통해 기분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공감을 하지는 못한다. 과학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활동을 대체해가는 이 시점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키워야 함을 엿볼 수 있다.
대체적 존재 아닌 집단적 인간

놀랍게도 구성원 간 상호작용으로 쌓이는 사회적 자본, 즉 집단지성은 온라인 공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MIT 팬트랜드 교수진의 실험에서 밝혀진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사람의 몸짓이나 표현을 흉내 내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사람 간의 관계를 맺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온라인상에서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티브 잡스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가 건물의 중간에 카페와 사내 우편함, 회의실을 배치한 이유도 이와 같다. 그는 직원들이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니라 실제로 섞여 어우러져야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었다. 어쩌면 공감을 통한 인간 상호 간 협동은 수천 년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오면서 훈련된 생존방식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계시대에도 이는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이다. 협동은 디지털기술과 기계의 기하급수적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다양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