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은 '잃어버린 자연 질서'대로 키우는 것
고유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아이들을 교육해야죠"
고유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아이들을 교육해야죠"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36) 루소(하): 에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4/AA.16392897.1.jpg)
교육이라는 일체의 문명을 거부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36) 루소(하): 에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4/01.16347361.1.jpg)
루소는 기존 사회의 부조리를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교육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가 보기에 인간을 타락으로부터 건져내려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체의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오래전에 이미 문명이라는 다리를 건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의 교육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에밀》에서 행한 루소의 사고실험에서 찾을 수 있다. 루소는 《에밀》을 저술하면서 이것이 현실이 아닌 공상임을 전제하고, 허구적으로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인 ‘에밀’을 등장시켜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차원의 교육 이론에 대한 사고 실험을 한다. 이를 기초로 그는 기존 교육과 상반되는 교육 원리를 제시한다.
아이들을 방치하면 안돼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36) 루소(하): 에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4/AA.16086132.1.jpg)
그런데 자연의 원리를 중시하는 교육 철학이 비단 서양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고사성어에 관한 맹자의 주장을 들어보자.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에 성격이 급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씨를 뿌리며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소원했다. 그런데 매일같이 밭에 나와 살펴봐도 곡식 싹이 잘 자라는 것 같지 않았다. 안타까운 나머지 싹이 빨리 자라도록 돕고 싶어 싹 한 포기를 잡아당겼다. 싹의 키가 확실히 커 보였다. 그러나 날이 밝자마자 밭으로 뛰어가 보니 밭의 싹이 모두 시들거나 말라비틀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일화를 들려주고는 이어서 맹자는 순리에 따르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싹이 잘 자라기를 바라지 않는 농부는 드물다. 그렇다고 유익함이 없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김을 매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고, 잘 자라도록 돕는다며 싹을 뽑는 것은 유익함도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해치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스스로 노력하되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순리를 좇는 자세’를 강조한 맹자의 주장은 좋은 교육이란 자연의 질서 그대로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본 루소의 교육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교사는 무엇을 아이에게 가르치기에 앞서 먼저 아이에게 내재돼 있는 자연이라는 성장 질서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원시림으로 가라는 뜻은 아니다
끝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대해 “문명을 버리고 원시의 밀림으로 들어가 살라는 말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처한 ‘잃어버린 자연 상태’를 돌아볼 것을 촉구하는 것, 즉 ‘진정한 인간의 모습과 인간다운 제도란 무엇인가’를 성찰하라는 말이라고 해석한 칸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루소의 책 《에밀》은 인간이 교육에서 진정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며 또한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해주는 매우 귀한 고전이다.
◆기억해주세요
루소는 《에밀》을 저술하면서 이 것이 현실이 아닌 공상임을 전제 하고, 허구적으로 창조해낸 가상 의 인물인 ‘에밀’을 등장시켜 이 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차원의 교육 이론에 대한 사고 실 험을 한다.
김홍일 < 서울과학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