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에서 인기를 끈 '손모아장갑' 같은 대체어는 의미도 살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점잖은 표현이라 좋다. 또 다른 대체어인 '엄지장갑'과 함께 일상어로 자리잡도록 힘을 모을 만하다.
2013년 9월 SBS 새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 제작진은 방영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좀 특별한 해명을 했다. “제목에 쓰인 ‘가정부’라는 말이 이 직업군을 비하하는 것으로 여겨질지 몰랐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사도우미나 가정관리사라는 말로 순화해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가정부라는 제목으로 인해 방영 전부터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의미 살리고 표현도 점잖아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은 사전적으로 가정부 또는 파출부다. 하지만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공식 명칭은 가사도우미다. 사전에 오른 정식 ‘단어’는 아니다. 여성단체에서 가정부와 파출부를 비하어로 지목하자 이를 대체한 용어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배경에는 우리말에서 ‘-부’가 험하고 힘든 일이나 직업군에 많이 쓰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광부, (공사장)인부, 청소부, 접대부, 간호부 등이 그런 예들이다. 이 중 청소부는 청소원을 거쳐 (환경)미화원이 됐다. 간호부 역시 간호원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간호사로 불린다. 이들이 애초부터 비하어여서 바꾼 게 아니다.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좀 더 점잖게 부르는 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사회 발전에 따른 언어의 분화·진화인 셈이다.
‘장님→시각장애인’ 등 장애인 지칭어의 변화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속담 등에 들어 있는 장애인 관련 표현이 난제로 떠올랐다. 속담은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주는 자산이자 보고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꿀먹은 벙어리’ 같은 표현은 일상에서도 흔히 쓴다. 그런 게 부지기수로 많다. 합성어류도 간단치 않다. 눈뜬장님, 벙어리저금통, 앉은뱅이책상 등 사전에 오른 말이 꽤 많다. ‘절름발이 행정’ 등 비유적 표현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장애인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지적하는 비하어 가운데는 이런 종류의 말들이 들어 있다.
자주 써야 일상어로 뿌리내려
이들을 ‘낮잡는 말’로 규정해 비하어로 처리하는 한, 수많은 우리말 표현이 ‘온당한 말’이 되기 힘들다. 끊임없이 시비의 대상이 되는 건 그런 까닭이다. 표현의 제약으로 자칫 우리말을 스스로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사전 풀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 가령 장님은 평어이고 시각장애인은 그것을 점잖게, 대접해 이르는 말로 풀면 된다. 새로 제시된 한자어들을 그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평창패럴림픽에서 인기를 끈 ‘손모아장갑’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말은 2013년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에서 캠페인을 벌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손잡고 벙어리장갑을 ‘손모아장갑’으로 판매해 주목을 끌었다.
벙어리장갑은 유래가 분명치 않은 말이다. 벙어리란 말이 중세국어의 ‘벙을다(‘막히다’라는 뜻의 옛말)+이(명사형 접사)’에서 왔다(홍윤표, ‘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는 점에 비춰 ‘(장갑이)막혀 있다’는 뜻이 담긴 말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의미적으로도 불투명한 데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벙어리장갑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손모아장갑 같은 대체어는 의미도 살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점잖은 표현이라 좋다. 또 다른 대체어인 엄지장갑과 ‘언어의 자유시장’에서 경쟁을 벌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세력도 키우고 일상어로 자리잡도록 힘을 모을 만하다.
2013년 9월 SBS 새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 제작진은 방영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좀 특별한 해명을 했다. “제목에 쓰인 ‘가정부’라는 말이 이 직업군을 비하하는 것으로 여겨질지 몰랐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사도우미나 가정관리사라는 말로 순화해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가정부라는 제목으로 인해 방영 전부터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의미 살리고 표현도 점잖아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은 사전적으로 가정부 또는 파출부다. 하지만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공식 명칭은 가사도우미다. 사전에 오른 정식 ‘단어’는 아니다. 여성단체에서 가정부와 파출부를 비하어로 지목하자 이를 대체한 용어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배경에는 우리말에서 ‘-부’가 험하고 힘든 일이나 직업군에 많이 쓰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광부, (공사장)인부, 청소부, 접대부, 간호부 등이 그런 예들이다. 이 중 청소부는 청소원을 거쳐 (환경)미화원이 됐다. 간호부 역시 간호원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간호사로 불린다. 이들이 애초부터 비하어여서 바꾼 게 아니다.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좀 더 점잖게 부르는 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사회 발전에 따른 언어의 분화·진화인 셈이다.
‘장님→시각장애인’ 등 장애인 지칭어의 변화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속담 등에 들어 있는 장애인 관련 표현이 난제로 떠올랐다. 속담은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주는 자산이자 보고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꿀먹은 벙어리’ 같은 표현은 일상에서도 흔히 쓴다. 그런 게 부지기수로 많다. 합성어류도 간단치 않다. 눈뜬장님, 벙어리저금통, 앉은뱅이책상 등 사전에 오른 말이 꽤 많다. ‘절름발이 행정’ 등 비유적 표현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장애인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지적하는 비하어 가운데는 이런 종류의 말들이 들어 있다.
자주 써야 일상어로 뿌리내려
이들을 ‘낮잡는 말’로 규정해 비하어로 처리하는 한, 수많은 우리말 표현이 ‘온당한 말’이 되기 힘들다. 끊임없이 시비의 대상이 되는 건 그런 까닭이다. 표현의 제약으로 자칫 우리말을 스스로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사전 풀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 가령 장님은 평어이고 시각장애인은 그것을 점잖게, 대접해 이르는 말로 풀면 된다. 새로 제시된 한자어들을 그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평창패럴림픽에서 인기를 끈 ‘손모아장갑’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말은 2013년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에서 캠페인을 벌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손잡고 벙어리장갑을 ‘손모아장갑’으로 판매해 주목을 끌었다.
벙어리장갑은 유래가 분명치 않은 말이다. 벙어리란 말이 중세국어의 ‘벙을다(‘막히다’라는 뜻의 옛말)+이(명사형 접사)’에서 왔다(홍윤표, ‘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는 점에 비춰 ‘(장갑이)막혀 있다’는 뜻이 담긴 말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의미적으로도 불투명한 데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벙어리장갑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손모아장갑 같은 대체어는 의미도 살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점잖은 표현이라 좋다. 또 다른 대체어인 엄지장갑과 ‘언어의 자유시장’에서 경쟁을 벌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세력도 키우고 일상어로 자리잡도록 힘을 모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