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빅데이터 전략의 핵심

데이터의 양이 얼마나 많냐보다는
데이터의 질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
빅데이터 시대 대비한 새 제도도 필요
강원창조혁신센터의 빅데이터 사업을 뒷받침하는 춘천시 동면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관제실에서 직원들이 내부 시스템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강원창조혁신센터의 빅데이터 사업을 뒷받침하는 춘천시 동면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관제실에서 직원들이 내부 시스템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데이터 원천 확보를 위한 빅데이터 전략

구글은 지난해 말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 쇼’와 셋톱박스인 ‘파이어 TV’에서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지원을 차단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지난 3일 아마존의 사이트에서 구글 자회사로서 스마트 홈 기술을 보유한 네스트의 최신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두 인터넷 공룡의 유치한 싸움이 지속되는 이유는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은 방대한 데이터 규모 자체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데이터 생성 주체에 대한 접근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데이터 규모는 여전히 중요한 요인이다. 경쟁우위를 선점한 많은 기업이 방대한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제품 및 서비스 개선에 활용했다. 하지만 많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 전부가 경쟁우위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후발주자로서 데이터가 부족했던 페이스북이 선도자였던 마이스페이스를 제쳤고, 오랜 기간의 엄청난 검색 정보를 보유했던 야후는 정보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신생 업체 구글에 추월당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의 보유량과 질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기업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었던 요인은 데이터 생성 원천에 대한 경로를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구글은 단순하지만 정밀한 검색엔진의 제공을 통해 데이터의 생성원천인 소비자에 대한 접근 경로를 독점할 수 있었다. 제품의 궁극적인 판매 대상이기도 한 소비자에 대한 접근 경로를 독차지할 수만 있다면 소비자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의 싸움도 데이터의 접근 경로에 대한 독점을 통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확산되는 인공지능 스피커

한편 오늘날 인공지능 스피커 형태로 제공되는 개인비서 서비스 시장은 데이터에 대한 접근 경로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의 구글 홈,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애플의 시리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도 이런 경쟁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의 누구(NUGU), KT의 기가지니(GIGA Ginie), 네이버의 웨이브(WAVE), 카카오의 카카오미니(kakaomini)가 그것이다. 모두가 빅데이터를 둘러싼 경쟁의 본질을 파악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경제의 ‘원유’라고 여겨지는 데이터의 가치는 많은 양을 보유하고 이를 그 자체로 거래하는 데서 창출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데이터 생성 경로에 대한 독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소비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의식의 정보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가 가져다주는 이익은 데이터 그 자체의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훨씬 뛰어넘는다.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영역의 파괴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치창출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은 사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은 검색시장에서, 아마존은 e커머스 시장에서,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SK텔레콤은 통신 시장의 강자들이었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중심에 놓이자 이들 경쟁은 영역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지금까지 전혀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던 기업 간 경쟁을 다루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양한 측면의 종합적인 분석이 바탕이 된 제도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분명한 건 과거의 시각으로는 오늘날의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변화가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가 아니라 모든 것이 함께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 갤럭시9 좋아?”라는 질문에 아이폰에 탑재된 지능형 개인 비서인 시리는 “이런”이라고 대답했다. 무엇이든 답을 찾아내는 시리가 유독 이 질문만큼엔 동문서답으로 일관한다. 경쟁자에 대한 위트 있는 견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구글과 아마존 사이에도 발생하고 있다. 2017년 말 불붙은 이들의 갈등은 위트 있는 견제 수준은 넘어선 듯하다. 각자의 사이트에서 상대방의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서비스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시장을 함께 키워 온 두 기업의 다툼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다툼의 본질이 빅데이터 전략에 있다는 점에 세 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