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많이 받으세요"는 새해 덕담으로 무난하게 쓸 수 있는 말. "한 해 동안 보살펴주셔서 고마웠습니다"라는 과거시제보다 '~ 고맙습니다'가 나은 표현입니다.
2001년은 우리나라 경제가 암울했던 외환위기의 긴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온 시기였다. 그해 말 비씨카드사는 정체돼 있던 카드사업을 돌파할 새 광고를 준비했다. 한 해를 새롭게 맞는 시기에 맞춰 국민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메시지를 담았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여러분, 부~자 되세요”란 광고 문구가 그렇게 탄생했다. 이 ‘새해 덕담’은 엄혹한 시절을 지나온 국민 가슴에 공감을 자아내며 일약 ‘국민 덕담’으로 떠올라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오래 사세요”는 자칫 거부감 줄 수도
나흘 앞으로 설이 다가왔다. 설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룻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은 설을 단지 명절로 쇠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전통적인 의식에선 여전히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정초에는 덕담을 준비한다. 최남선의 ‘조선상식-풍속 편’(1948)에 따르면 새해 덕담은 과거형의 말을 통해 그렇게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한국세시풍속사전). 이를테면 “올해엔 돈 많이 벌었다지요?” “올해는 장가갔다지?” 하는 형식이다. 우리 속담에도 ‘말이 씨가 된다(늘 말하던 것이 마침내 사실대로 됐을 때를 이르는 말)’고 했는데 그것과 같은 표현이다. 덕담에 주술적 힘을 담아 바라는 바를 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덕담은 찾아보기 힘들다. 풍속도, 말법도 세월 따라 바뀌는 것이라 예전에 그런 게 있었다고 해서 얽매일 필요는 없다.
새해 덕담으로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말은 “복 많이 받으세요”다. 친지나 직장 동료 간에는 “건강하십시오”도 무난하다. 예전에는 “과세(過歲) 안녕하십니까” “만수무강하십시오” 같은 게 쓰였지만 요즘 ‘과세’라든가 ‘만수무강’ 같은 말을 일상에서 잘 쓰지 않아 자연스럽지 않다. 특히 우리 사회가 2017년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오래오래 사세요” 등 무병장수를 비는 인사말은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설 전날 다니는 인사는 ‘묵은세배’
덕담은 주로 나이나 지위가 있는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다(고려대 한국어사전). 전통예법에서는 세배하는 것 자체가 인사이기 때문에 아랫사람은 따로 인사말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란 것도 알아둘 만하다(국립국어원 ‘표준언어예절’). 하지만 예법도 많이 달라져 요즘은 굳이 그런 격식을 따지지 않는 분위기다. 세배를 하고 나면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처한 형편에 맞는 덕담을 건네고 아랫사람은 “강녕하십시오” 정도로 인사말을 하면 무난하다.
설은 새해 첫날이니 음력으로 치면 아직은 한 해의 맨 끝달, 즉 섣달이다. 섣달은 본래 ‘설달’에서 음이 변해 굳어진 말이다. 흔히 말하는 ‘섣달그믐’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가리킨다. 설 바로 전날이다. 이날도 어르신들께 세배를 다니는데 이를 ‘묵은세배’라고 한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 그해를 보내는 인사로 웃어른에게 하는 절을 말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겐 연하장을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한 해 동안 보살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이다. 이때 시제표현에 주의해야 한다. ‘고마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어색하다. 보내는 이의 현재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니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2001년은 우리나라 경제가 암울했던 외환위기의 긴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온 시기였다. 그해 말 비씨카드사는 정체돼 있던 카드사업을 돌파할 새 광고를 준비했다. 한 해를 새롭게 맞는 시기에 맞춰 국민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메시지를 담았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여러분, 부~자 되세요”란 광고 문구가 그렇게 탄생했다. 이 ‘새해 덕담’은 엄혹한 시절을 지나온 국민 가슴에 공감을 자아내며 일약 ‘국민 덕담’으로 떠올라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오래 사세요”는 자칫 거부감 줄 수도
나흘 앞으로 설이 다가왔다. 설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룻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은 설을 단지 명절로 쇠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전통적인 의식에선 여전히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정초에는 덕담을 준비한다. 최남선의 ‘조선상식-풍속 편’(1948)에 따르면 새해 덕담은 과거형의 말을 통해 그렇게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한국세시풍속사전). 이를테면 “올해엔 돈 많이 벌었다지요?” “올해는 장가갔다지?” 하는 형식이다. 우리 속담에도 ‘말이 씨가 된다(늘 말하던 것이 마침내 사실대로 됐을 때를 이르는 말)’고 했는데 그것과 같은 표현이다. 덕담에 주술적 힘을 담아 바라는 바를 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덕담은 찾아보기 힘들다. 풍속도, 말법도 세월 따라 바뀌는 것이라 예전에 그런 게 있었다고 해서 얽매일 필요는 없다.
새해 덕담으로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말은 “복 많이 받으세요”다. 친지나 직장 동료 간에는 “건강하십시오”도 무난하다. 예전에는 “과세(過歲) 안녕하십니까” “만수무강하십시오” 같은 게 쓰였지만 요즘 ‘과세’라든가 ‘만수무강’ 같은 말을 일상에서 잘 쓰지 않아 자연스럽지 않다. 특히 우리 사회가 2017년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오래오래 사세요” 등 무병장수를 비는 인사말은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설 전날 다니는 인사는 ‘묵은세배’
덕담은 주로 나이나 지위가 있는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다(고려대 한국어사전). 전통예법에서는 세배하는 것 자체가 인사이기 때문에 아랫사람은 따로 인사말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란 것도 알아둘 만하다(국립국어원 ‘표준언어예절’). 하지만 예법도 많이 달라져 요즘은 굳이 그런 격식을 따지지 않는 분위기다. 세배를 하고 나면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처한 형편에 맞는 덕담을 건네고 아랫사람은 “강녕하십시오” 정도로 인사말을 하면 무난하다.
설은 새해 첫날이니 음력으로 치면 아직은 한 해의 맨 끝달, 즉 섣달이다. 섣달은 본래 ‘설달’에서 음이 변해 굳어진 말이다. 흔히 말하는 ‘섣달그믐’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가리킨다. 설 바로 전날이다. 이날도 어르신들께 세배를 다니는데 이를 ‘묵은세배’라고 한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 그해를 보내는 인사로 웃어른에게 하는 절을 말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겐 연하장을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한 해 동안 보살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이다. 이때 시제표현에 주의해야 한다. ‘고마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어색하다. 보내는 이의 현재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니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