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주주총회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경영진 교체나 인수합병(M&A)을 놓고 대립하는 주인공들이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주식회사에서 주총은 최고 의결기구다.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해 회사를 경영할 임원과 감사를 선출하고,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배당할지,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지 등 중요한 사안을 결정한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경영실적을 보고받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거침없이 발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1인 1표제지만 주총은 보유 주식이 많을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1주 1의결권 방식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주총의 ‘룰’을 놓고 최근 정부와 경제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올해 말로 폐지를 앞둔 섀도보팅(그림자 투표)이다. 섀도보팅이란 의결정족수(최소 전체 주주의 25% 이상)를 채우지 못해 주총이 무산되는 일을 막기 위해 주총에 불참한 주주도 참석한 주주들의 찬반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정부는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 대주주·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높이기 위해 섀도보팅을 예정대로 폐지하겠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기업은 주총이 줄줄이 무산돼 혼란을 빚을지 모른다며 폐지 유예 또는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유독 깐깐한 주총 정족수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밖에 소액주주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제도인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의 확대를 놓고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기업 경영에서 주총은 어떤 기능을 하고 있으며, 섀도보팅 등의 제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