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理由)는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하는 까닭이나 근거’다. 이에 비해 원인(原因)은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적인 일이나 사건’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전 풀이로는 쓰임새를 구별하기 어렵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입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하게 하는 등 큰 피해를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선 단층 연구가 시급하다고 한다. 지구 표면을 이루는 지각은 여러 단층으로 이뤄졌는데, 이 단층들 간의 충돌이 지진의 이유로 꼽히기 때문이다. 해양판과 대륙판의 경계에 있는 일본 같은 데서 지진이 잦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유’는 까닭이나 구실, 핑계와 같아
포항 지진을 설명한 위 도입문에는 ‘이유’가 두 번 나온다. 그런데 어감은 서로 다르다. ‘지진이 잦은 이유’는 자연스러운 데 비해 ‘지진의 이유’란 말은 어딘지 어색하다. 왜 그럴까? ‘이유’와 ‘원인’을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理由)는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하는 까닭이나 근거’다. 이에 비해 원인(原因)은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적인 일이나 사건’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전 풀이로는 쓰임새를 구별하기 어렵다. 용례를 살펴보면 두 말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철수가 학교에 지각했다고 치자. 선생님이 철수에게 “오늘 왜 지각했지? 지각한 이유가 뭐야?”라고 물을 것이다. 이때 선생님은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상황에서는 어떨까? 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무너졌다.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다리가 무너졌지?”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땐 ‘원인’이라고 하는 게 제격이다.
‘이유’와 ‘원인’은 의미자질이 중첩돼 헷갈리기는 하지만 구별해 써야 할 말이다. ‘이유’가 쓰이는 문맥은 “도대체 왜 그래? 이유나 알자/정당한 이유를 대라/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다/사사건건 이유를 달다” 같은 것이다. ‘이유’가 쓰인 자리에 ‘원인’을 넣으면 어색해진다. 이 문맥을 통해 보면 ‘이유’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된 근거나 까닭, 구실, 변명, 핑계’ 따위를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사고엔 ‘원인’이라 해야 제격
‘원인’이 쓰이는 문맥은 사뭇 다르다.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고 한다. ‘사고 이유’를 조사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유는?”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럴 땐 ‘원인’을 쓴다. “수질오염의 원인은 무엇인가?/전염병의 원인을 규명하다/그는 원인 모를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그의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등에서도 모두 ‘원인’이 자연스럽다.
원인은 ‘어떤 일을 일으키게 한 근원’을 말한다. 주로 질병이나 재해 등 자연 현상과 역사적 사건, 사고를 두고 쓸 때 어울리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에서 보듯 원인 자리에는 이유가 대체되지 않는다. 두 말의 쓰임새가 다르다는 뜻이다.
이제 포항 지진을 두고 우리는 다음과 같이 이유와 원인을 구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원인’은 단층활동 때문이다. 경주 포항 지역에서 지진이 잦은 ‘이유’는 그곳이 단층대에 있기 때문이다.” 즉 ‘지진이 발생한 까닭’은 ‘원인’을 따지는 것이지 ‘이유’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다른 문장에도 응용해 보자. ①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전국이 큰 혼란에 빠졌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②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특히 국내 경제도 미약하지만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금리 동결 (이유/원인)를(을) 설명했다. ①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인’에 해당한다. ②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게 된 까닭을 제시한 것이므로 ‘이유’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입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하게 하는 등 큰 피해를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선 단층 연구가 시급하다고 한다. 지구 표면을 이루는 지각은 여러 단층으로 이뤄졌는데, 이 단층들 간의 충돌이 지진의 이유로 꼽히기 때문이다. 해양판과 대륙판의 경계에 있는 일본 같은 데서 지진이 잦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유’는 까닭이나 구실, 핑계와 같아
포항 지진을 설명한 위 도입문에는 ‘이유’가 두 번 나온다. 그런데 어감은 서로 다르다. ‘지진이 잦은 이유’는 자연스러운 데 비해 ‘지진의 이유’란 말은 어딘지 어색하다. 왜 그럴까? ‘이유’와 ‘원인’을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理由)는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하는 까닭이나 근거’다. 이에 비해 원인(原因)은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적인 일이나 사건’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전 풀이로는 쓰임새를 구별하기 어렵다. 용례를 살펴보면 두 말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철수가 학교에 지각했다고 치자. 선생님이 철수에게 “오늘 왜 지각했지? 지각한 이유가 뭐야?”라고 물을 것이다. 이때 선생님은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상황에서는 어떨까? 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무너졌다.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다리가 무너졌지?”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땐 ‘원인’이라고 하는 게 제격이다.
‘이유’와 ‘원인’은 의미자질이 중첩돼 헷갈리기는 하지만 구별해 써야 할 말이다. ‘이유’가 쓰이는 문맥은 “도대체 왜 그래? 이유나 알자/정당한 이유를 대라/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다/사사건건 이유를 달다” 같은 것이다. ‘이유’가 쓰인 자리에 ‘원인’을 넣으면 어색해진다. 이 문맥을 통해 보면 ‘이유’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된 근거나 까닭, 구실, 변명, 핑계’ 따위를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사고엔 ‘원인’이라 해야 제격
‘원인’이 쓰이는 문맥은 사뭇 다르다.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고 한다. ‘사고 이유’를 조사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유는?”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럴 땐 ‘원인’을 쓴다. “수질오염의 원인은 무엇인가?/전염병의 원인을 규명하다/그는 원인 모를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그의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등에서도 모두 ‘원인’이 자연스럽다.
원인은 ‘어떤 일을 일으키게 한 근원’을 말한다. 주로 질병이나 재해 등 자연 현상과 역사적 사건, 사고를 두고 쓸 때 어울리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에서 보듯 원인 자리에는 이유가 대체되지 않는다. 두 말의 쓰임새가 다르다는 뜻이다.
이제 포항 지진을 두고 우리는 다음과 같이 이유와 원인을 구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원인’은 단층활동 때문이다. 경주 포항 지역에서 지진이 잦은 ‘이유’는 그곳이 단층대에 있기 때문이다.” 즉 ‘지진이 발생한 까닭’은 ‘원인’을 따지는 것이지 ‘이유’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다른 문장에도 응용해 보자. ①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전국이 큰 혼란에 빠졌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②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특히 국내 경제도 미약하지만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금리 동결 (이유/원인)를(을) 설명했다. ①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인’에 해당한다. ②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게 된 까닭을 제시한 것이므로 ‘이유’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