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낮아 미국의 50%에 불과해요
[Cover Story-외환위기 20년] 외환위기 3년만에 극복했지만 구조개혁은 지지부진
한국은 2001년 8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6·25 이후 최대 국난(國難)’이라 불린 외환위기를 단 3년여 만에 극복한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상징되는 범국민적 고통 분담과 더불어 정부의 강력한 구조개혁이 조기 졸업을 가능하게 했다.

4대 부문 고강도 개혁… IMF 체제 조기 졸업

[Cover Story-외환위기 20년] 외환위기 3년만에 극복했지만 구조개혁은 지지부진
외환위기 이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기업·금융·노동·공공 등 이른바 ‘4대부문 개혁’을 강도 높게 밀어붙였다. 대기업은 평균 400%가 넘던 부채비율을 1999년 말까지 무조건 200% 밑으로 끌어내려야 했다. 5대 그룹의 사업 중 경쟁력이 약한 부문을 통폐합하는 ‘빅딜(사업 맞교환)’도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2100여 개에 달하던 금융회사는 1년여 만에 659개가 문을 닫았다. 포항제철(현 포스코) 한국통신(현 KT) 등 8개 공기업이 민영화됐고 정리해고법 근로자파견법 도입 등 노동개혁도 시도됐다.

외부 충격에 따른 강제적인 구조개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1998년 -5.7%이던 경제성장률은 1999년 11.3%, 2000년 8.9%로 반등하면서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발판이 됐다. 한국 기업의 수출이 다시 급증했고, 은행권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997년 7.0%에서 2005년 12.4%로 높아지는 등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훗날 IMF는 한국의 구조개혁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IMF는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덕분에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은 2000~2008년 다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다시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4대 부문 개혁의 ‘약발’이 떨어졌는데도 한국은 추가 구조개혁에 손을 놓아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다.

추가 개혁 지지부진… 고비용·저효율 고착화

IMF 체제 조기 졸업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구조개혁을 외쳤지만 결과는 미진했다. 노무현 정부가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정책 등을 폈지만 개혁이라 부르기엔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나섰지만 노조의 반발 등으로 미완에 그쳤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마다 구조개혁에 나서긴 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을 정치적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실패했다”며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의 후유증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문의 비효율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8%로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근로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해고할 수 있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정규직의 정리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한국의 단위생산인건비는 2006년부터 일본보다 높아진 뒤 갈수록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의 고비용 구조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일명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도 급증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 기업(이자보상배율 100% 미만 기업)이 2011년 1736개에서 2015년 2359개로 늘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공급과잉 현상의 심화 등으로 한국의 전통적 주력산업인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경직된 노사관계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했다.

IMF “한국, 경제 좋은 지금이 구조개혁 적기”

IMF는 지난 14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3.2%로 상향하면서 “지금처럼 경제가 호조세를 보일 때 적극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품·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구조개혁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OECD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푼다면 10년간 잠재성장률이 해마다 0.3%포인트씩 총 3%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가 급성 폐렴을 앓았다면 지금은 만성질환인 상태”라며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NIE 포인트

해외 주요 국가들의 구조개혁 성공·실패 사례를 알아보자. 구조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저항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