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준말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이'가 '새'로, '마음'이 '맘'으로, '싸움'이 '쌈'으로 되는 것이다. 어떤 말의 머리글자만 따서 축약해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행→한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게 그렇다.
요즘 ‘워라밸’ 열풍이 거세다. 한마디로 ‘뜨는 말’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 해의 소비 흐름을 예측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얼마 전 이 말을 제시했다. 워라밸은 ‘work-life-balance’의 첫소리를 한글로 옮긴 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한다. 보통 영어의 준말은 머리글자를 따서 WLB 식으로 적는데, 이 말은 특이하게 만들어졌다. 영어 발음의 첫소리를 한글로 옮겨 단어화함으로써 빠르게 언중(言衆) 사이에 스며들었다.
다양한 준말 적는 방식 중요해져
준말(또는 약어)은 둘 이상의 음절로 된 말을 줄여서 간단하게 한 말이다. 원말은 ‘본딧말’이라고 한다. 준말은 예전부터도 많이 쓰였지만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막강한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준말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이’가 ‘새’로, ‘마음’이 ‘맘’으로, ‘싸움’이 ‘쌈’으로 되는 것이다. 어떤 말의 머리글자만 따서 축약해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행→한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게 그렇다. 약어가 발달한 영어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준말을 만들어 쓴다.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말뿐만 아니라 영문 약어도 흔하게 쓰여 이에 대한 규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규범언어에서는 이를 벗어나면 자칫 틀린 말이 되기 십상이다. 한글맞춤법에서는 제4장 ‘형태에 관한 것’에서 준말(제32~40항)을 적는 규칙을 다루고 있다.
그중 ‘적잖은/적쟎은’도 자주 틀리는 말 가운데 하나다. 몇 해 전 대입수능시험에 나와 수험생들을 당황케 한 이 말은 ‘적잖은’이 바른 표기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적쟎은’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엔 까닭이 있다. 한글맞춤법 36항에는 모음 ‘이’ 뒤에 ‘-어’가 와서 ‘-여’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견디다’의 과거형은 ‘견디+었+다’인데 이게 줄어들어 ‘견뎠다’로 적는 게 그런 사례다. ‘막히어→막혀’ ‘버티어→버텨’ ‘잡히었다→잡혔다’가 모두 그렇게 줄어든 것이다. 즉 ‘-이’와 ‘-어’가 어울려 줄면 ‘-여’로 되는 것이다.
준말도 단어…소리대로 적는 게 요령
그러면 ‘적지 않은’ ‘두렵지 않다’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이’와 ‘아’가 어울리면 ‘-야’가 돼 ‘적쟎은’ ‘두렵쟎다’로 적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36항 규정에 따르면 그렇게 주는 게 자연스럽다. 실제로 현행 맞춤법 개정(1988년) 전에는 그렇게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틀린 표기다. ‘적잖은’ ‘두렵잖다’로 적어야 한다. 이는 줄어진 형태가 하나의 단어처럼 다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태여 그 원형과 결부시켜 준 과정의 형태를 밝힐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잖다’ ‘-찮다’로 적기로 했다.
맞춤법 제39항 어미 ‘-지’ 뒤에 ‘않-’이 어울려 ‘-잖’이 될 적과 ‘-하지’ 뒤에 ‘않-’이 어울려 ‘-찮’이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은 이런 규칙을 담은 것이다. ‘같잖다, 달갑잖다, 마뜩잖다, 어쭙잖다, 괜찮다, 편찮다’ 등이 같은 원리로 단어가 돼 사전에 올랐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귀찮다’ ‘점잖다’처럼 어간 끝소리가 ‘ㅎ’으로 끝나는 경우다. 이들의 부정형태는 ‘귀찮지 않다’ ‘점잖지 않다’다. 이들의 발음은 각각 [귀찬치] [점잔치]이기 때문에 여기에 이끌려 준말을 적을 때도 ‘귀찮찮다’ ‘점잖찮다’로 적기 쉽다. 하지만 이 역시 ‘귀찮잖다’ ‘점잖잖다’로 적는 게 바른 용법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요즘 ‘워라밸’ 열풍이 거세다. 한마디로 ‘뜨는 말’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 해의 소비 흐름을 예측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얼마 전 이 말을 제시했다. 워라밸은 ‘work-life-balance’의 첫소리를 한글로 옮긴 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한다. 보통 영어의 준말은 머리글자를 따서 WLB 식으로 적는데, 이 말은 특이하게 만들어졌다. 영어 발음의 첫소리를 한글로 옮겨 단어화함으로써 빠르게 언중(言衆) 사이에 스며들었다.
다양한 준말 적는 방식 중요해져
준말(또는 약어)은 둘 이상의 음절로 된 말을 줄여서 간단하게 한 말이다. 원말은 ‘본딧말’이라고 한다. 준말은 예전부터도 많이 쓰였지만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막강한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준말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이’가 ‘새’로, ‘마음’이 ‘맘’으로, ‘싸움’이 ‘쌈’으로 되는 것이다. 어떤 말의 머리글자만 따서 축약해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행→한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게 그렇다. 약어가 발달한 영어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준말을 만들어 쓴다.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말뿐만 아니라 영문 약어도 흔하게 쓰여 이에 대한 규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규범언어에서는 이를 벗어나면 자칫 틀린 말이 되기 십상이다. 한글맞춤법에서는 제4장 ‘형태에 관한 것’에서 준말(제32~40항)을 적는 규칙을 다루고 있다.
그중 ‘적잖은/적쟎은’도 자주 틀리는 말 가운데 하나다. 몇 해 전 대입수능시험에 나와 수험생들을 당황케 한 이 말은 ‘적잖은’이 바른 표기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적쟎은’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엔 까닭이 있다. 한글맞춤법 36항에는 모음 ‘이’ 뒤에 ‘-어’가 와서 ‘-여’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견디다’의 과거형은 ‘견디+었+다’인데 이게 줄어들어 ‘견뎠다’로 적는 게 그런 사례다. ‘막히어→막혀’ ‘버티어→버텨’ ‘잡히었다→잡혔다’가 모두 그렇게 줄어든 것이다. 즉 ‘-이’와 ‘-어’가 어울려 줄면 ‘-여’로 되는 것이다.
준말도 단어…소리대로 적는 게 요령
그러면 ‘적지 않은’ ‘두렵지 않다’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이’와 ‘아’가 어울리면 ‘-야’가 돼 ‘적쟎은’ ‘두렵쟎다’로 적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36항 규정에 따르면 그렇게 주는 게 자연스럽다. 실제로 현행 맞춤법 개정(1988년) 전에는 그렇게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틀린 표기다. ‘적잖은’ ‘두렵잖다’로 적어야 한다. 이는 줄어진 형태가 하나의 단어처럼 다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태여 그 원형과 결부시켜 준 과정의 형태를 밝힐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잖다’ ‘-찮다’로 적기로 했다.
맞춤법 제39항 어미 ‘-지’ 뒤에 ‘않-’이 어울려 ‘-잖’이 될 적과 ‘-하지’ 뒤에 ‘않-’이 어울려 ‘-찮’이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은 이런 규칙을 담은 것이다. ‘같잖다, 달갑잖다, 마뜩잖다, 어쭙잖다, 괜찮다, 편찮다’ 등이 같은 원리로 단어가 돼 사전에 올랐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귀찮다’ ‘점잖다’처럼 어간 끝소리가 ‘ㅎ’으로 끝나는 경우다. 이들의 부정형태는 ‘귀찮지 않다’ ‘점잖지 않다’다. 이들의 발음은 각각 [귀찬치] [점잔치]이기 때문에 여기에 이끌려 준말을 적을 때도 ‘귀찮찮다’ ‘점잖찮다’로 적기 쉽다. 하지만 이 역시 ‘귀찮잖다’ ‘점잖잖다’로 적는 게 바른 용법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