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네 집 건너 한 집은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27.2%로 가장 높았다. 25년 전인 1990년(9%)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통적인 4인 가구는 18.4%로 2인 가구(26.1%), 3인 가구(21.5%)보다도 적다. 싱글족이 증가한 이유는 다양하다. 젊은 층의 결혼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이혼이나 사별 후 홀로 사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결혼을 원치 않는 ‘골드 미스터’와 ‘골드 미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예전엔 어색하게 여겨졌던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놀(혼자 놀기) 등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TV와 영화에선 대가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점차 사라지고, 싱글족의 관심사와 고민을 다룬 콘텐츠들이 잘나간다.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한 1인 가구를 잡기 위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솔로 이코노미’ ‘싱글슈머’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들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한다는 점이다. 부양가족이 없어 ‘나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 가정 간편식, 음식배달,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등의 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고 주택, 인테리어 등의 시장도 싱글족에 적합한 소형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혼자 사는 여성과 노인을 위한 보안, 의료, 여가 관련 서비스 등도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다.

통계청은 2045년이 되면 1인 가구가 36.3%에 달해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의 소비지출 규모도 커져 전체 민간 소비의 20%대로 높아져 내수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1인 가구 급증이 불러온 다양한 현상들을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