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은 규제 없어… 국내 기업을 역차별" 지적도
 [Cover Story-'공룡포털' 네이버 논란] "네이버, 정보검색 넘어 인터넷 독점" 비판 목소리
네이버는 1999년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단촐한 검색엔진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의 네이버는 ‘없는 게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갖췄다. 메일, 커뮤니티, 뉴스, 사전은 물론 TV·웹툰·영화를 보고, 식당이나 미용실을 예약하고, 카드 없이 간편결제로 쇼핑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 요구에 따라 발빠르게 변화해온 네이버 전략은 포털업계 점유율 70%대의 ‘아성’을 구축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검색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광고비를 천정부지로 올리고, 돈이 되는 사업엔 모두 뛰어들어 자영업자와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거셌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네이버가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광고비 세 배 올려… 허리 휘는 자영업자

 [Cover Story-'공룡포털' 네이버 논란] "네이버, 정보검색 넘어 인터넷 독점" 비판 목소리
네이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광고수익이다. 사용자가 ‘OO시 부동산’ ‘OO동 맛집’ 등을 입력하면 제일 비싼 광고비를 지급한 업체가 최상단에 뜬다. 광고비를 안 내면 검색 결과에서 뒤로 밀려 주목을 받기 힘든 구조다. 거의 모든 한국인이 네이버로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동네 상점들조차 여기에 광고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영업의 성패가 갈린다. 이 회사 검색 광고 매출의 80%는 월 50만원 이하 광고비를 부담하는 중소 광고주에게서 나온다.

문제는 네이버에 광고하는 비용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점이다. ‘꽃배달’ 검색어의 경우 맨 위에 노출되는 ‘파워링크’ 광고단가는 2008년 780만원에서 최근 2600만원으로 올랐다. 올 3월 소상공인연합회 온라인공정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0.2%가 포털에 광고를 집행했고, 73.8%는 광고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권순종 온라인공정위원장은 “대형 포털이 매물광고, 키워드광고, 유사 중복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상공인 간의 광고 경쟁을 부추겨 손쉽게 매출을 올린다”고 비판했다.

콘텐츠 독점하는 ‘가두리 전략’ 논란

IT 전문가들은 ‘미국 1위’ 구글과 ‘한국 1위’ 네이버의 사업모델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구글은 사용자가 원하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찾아 빠른 이동을 돕는 기능에 집중한다. 반면 네이버는 방대한 콘텐츠를 직접 확보한 뒤 사용자가 가능한 한 네이버 안에서 모든 정보를 얻도록 유도한다. 구글은 ‘관문’, 네이버는 ‘가두리 어장’에 자주 비유되는 이유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에서 외부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예컨대 구글에서 ‘엑소’를 검색하면 소속사 공식 홈페이지부터 나오지만 네이버에선 자체 보유한 인물정보와 동영상, 음악 등이 먼저다. 멜론, 벅스 등 경쟁사에서 서비스하는 음원은 보여주지 않는다. 네이버는 ‘검색 품질 향상’을 이유로 수백억원을 들여 과학, 역사, 영화, 패션 등 각종 지식 콘텐츠를 사들이고 있다. 이를 놓고도 “콘텐츠 기업과의 상생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시각과 “자금력을 앞세워 정보를 독점한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의 마찰도 끊이지 않았다. 네이버는 2013년 중소 전문업체들끼리 경쟁하던 부동산, 맛집 정보, 할인쿠폰 서비스 등의 사업에 직접 진출했다가 ‘IT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중단했다. 작년엔 ‘참여번역Q’라는 앱(응용프로그램)이 한 벤처기업이 만든 번역 앱과 거의 똑같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과하기도 했다. ‘네이버페이’의 간편송금과 카메라 앱 ‘스노우’ 등도 표절 시비가 일었다. 네이버 측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벤처업계는 “사업 제휴를 내세워 자료를 받아본 뒤 베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준(準)대기업’ 규제받게 된 네이버와 이해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자산 규모 5조원을 넘어선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이해진 창업자는 ‘총수’로 지정했다. 앞으로 대기업에 준하는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국회는 이 창업자를 지난달 30~31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세웠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장지배력 남용’을 질타하자 그는 “부족한 점은 개선하겠다”며 연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국내 IT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세금과 규제를 피하고 있고, 경영실적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창업자 역시 국감 말미에 발언을 자청해 역차별을 호소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은 자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싸워 살아남도록 모든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인터넷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를 놓고 봐 달라”고 했다. 외국계가 독식하던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자력으로 여기까지 큰 네이버의 성과가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억울함이 묻어났다.

◆NIE 포인트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가. 찬반 양측 논리를 알아보고 각자의 생각을 토론해 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