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 '침장(沈藏)'에서 온 말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김장으로 변했다. 김장의 핵심인 '김치'도 '침채(沈菜)'라는 한자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규범언어의 관점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10월23일)이 지나면서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이제 곧 입동(立冬)이다. 올해는 11월7일이다. 입동은 겨울에 들어선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정확히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겨울 초입에 그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설 립(立)’ 자를 쓴다. 한자 의식이 약해진 요즘 이를 자칫 ‘들 입(入)’ 자를 쓴 ‘入冬’인 줄 알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24절기에 들어 있는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가 모두 같은 이치로 만들어진 말이다.
‘알타리무’는 표준어 경쟁서 탈락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란 속담이 있듯이, 이 무렵이면 집집마다 김장 담그기에 분주하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긴긴 겨울을 나기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김장은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 ‘침장(沈藏)’에서 온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김장으로 변했다. 김장의 핵심인 ‘김치’도 ‘침채(沈菜)’라는 한자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규범언어의 관점이다. 침채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이다. 중세국어에서 ‘팀채’ 정도로 발음하던 것이 ‘딤채→짐채→짐치’를 거쳐 지금의 김치로 굳어졌다.(‘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1995년 만도기계(현 대유위니아)에서 소비자에게 처음으로 김치냉장고란 것을 선보이면서 이름 붙인 ‘딤채’가 바로 김치의 옛말에서 따온 것이다. 기업에서 되살린 정겨운 우리말 사례라 할 수 있다.
김장김치 중에서 총각김치는 알타리김치라고도 불린다. 그 재료인 총각무는 알타리무, 알무, 달랑무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중 표준말은 총각무, 총각김치뿐이다. 1988년 표준어 규정 개정 때 알타리무는 버리고 총각무를 표준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알타리가 지금도 제법 널리 쓰인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있다.
장가들기 전 동여맨 머리가 ‘총각’
‘알타리’는 어원이 불명한 말이다. 다만 표준어규정 22항의 사례를 통해 규범언어에서는 알타리를 고유어로 보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22항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했다. 알타리무를 버리고 총각무를 선택했으니 알타리는 고유어, 총각무는 한자어로 본 셈이다.
알타리무는 밑에 알이 달린 것처럼 생겼다는 데서 ‘알달이>알다리>알타리’가 됐다는 설이 있으나 문헌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알무도 무에 알이 있는 모양새라는 데서, 달랑무도 밑에 알이 달랑거리는 모양이라는 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모두 그럴듯한 설이지만 어원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다.
‘총각’은 어원의식이 약해져 고유어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한자로 ‘總角’이다. 옛날에 장가가기 전 머리를 양쪽으로 뿔처럼 동여맨 것을 가리키던 말이다(장가를 들면 비로소 정수리 위로 상투를 튼다). ‘총각’은 15세기부터 우리 문헌에 등장하니 무려 500년 이상을 이어온 말이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지금같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남자’를 뜻하는 말로 확대돼 쓰이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 홍윤표)
꼭지미역(한줌 안에 들어올 만큼을 잡아맨 미역)을 이르는 또 다른 말이 총각미역인 것을 보면, 확실히 총각이 ‘동여맨 것’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총각무는 바로 그 총각의 크기와 형태가 비슷한 데서 생겨난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덧붙이면 꼭지미역과 총각미역 중에는 꼭지미역이 표준말이라는 것도 알아둘 만하다. 이는 표준어규정 21항에 따른 것으로 고유어 계열의 말이 더 널리 쓰여 이를 표준으로 삼은 경우다. ‘총각무-알타리무’의 경우와는 반대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10월23일)이 지나면서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이제 곧 입동(立冬)이다. 올해는 11월7일이다. 입동은 겨울에 들어선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정확히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겨울 초입에 그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설 립(立)’ 자를 쓴다. 한자 의식이 약해진 요즘 이를 자칫 ‘들 입(入)’ 자를 쓴 ‘入冬’인 줄 알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24절기에 들어 있는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가 모두 같은 이치로 만들어진 말이다.
‘알타리무’는 표준어 경쟁서 탈락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란 속담이 있듯이, 이 무렵이면 집집마다 김장 담그기에 분주하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긴긴 겨울을 나기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김장은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 ‘침장(沈藏)’에서 온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김장으로 변했다. 김장의 핵심인 ‘김치’도 ‘침채(沈菜)’라는 한자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규범언어의 관점이다. 침채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이다. 중세국어에서 ‘팀채’ 정도로 발음하던 것이 ‘딤채→짐채→짐치’를 거쳐 지금의 김치로 굳어졌다.(‘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1995년 만도기계(현 대유위니아)에서 소비자에게 처음으로 김치냉장고란 것을 선보이면서 이름 붙인 ‘딤채’가 바로 김치의 옛말에서 따온 것이다. 기업에서 되살린 정겨운 우리말 사례라 할 수 있다.
김장김치 중에서 총각김치는 알타리김치라고도 불린다. 그 재료인 총각무는 알타리무, 알무, 달랑무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중 표준말은 총각무, 총각김치뿐이다. 1988년 표준어 규정 개정 때 알타리무는 버리고 총각무를 표준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알타리가 지금도 제법 널리 쓰인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있다.
장가들기 전 동여맨 머리가 ‘총각’
‘알타리’는 어원이 불명한 말이다. 다만 표준어규정 22항의 사례를 통해 규범언어에서는 알타리를 고유어로 보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22항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했다. 알타리무를 버리고 총각무를 선택했으니 알타리는 고유어, 총각무는 한자어로 본 셈이다.
알타리무는 밑에 알이 달린 것처럼 생겼다는 데서 ‘알달이>알다리>알타리’가 됐다는 설이 있으나 문헌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알무도 무에 알이 있는 모양새라는 데서, 달랑무도 밑에 알이 달랑거리는 모양이라는 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모두 그럴듯한 설이지만 어원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다.
‘총각’은 어원의식이 약해져 고유어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한자로 ‘總角’이다. 옛날에 장가가기 전 머리를 양쪽으로 뿔처럼 동여맨 것을 가리키던 말이다(장가를 들면 비로소 정수리 위로 상투를 튼다). ‘총각’은 15세기부터 우리 문헌에 등장하니 무려 500년 이상을 이어온 말이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지금같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남자’를 뜻하는 말로 확대돼 쓰이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 홍윤표)
꼭지미역(한줌 안에 들어올 만큼을 잡아맨 미역)을 이르는 또 다른 말이 총각미역인 것을 보면, 확실히 총각이 ‘동여맨 것’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총각무는 바로 그 총각의 크기와 형태가 비슷한 데서 생겨난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덧붙이면 꼭지미역과 총각미역 중에는 꼭지미역이 표준말이라는 것도 알아둘 만하다. 이는 표준어규정 21항에 따른 것으로 고유어 계열의 말이 더 널리 쓰여 이를 표준으로 삼은 경우다. ‘총각무-알타리무’의 경우와는 반대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