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가운데)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왼쪽은 최종배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신경훈 기자 hshin@hankyung.com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가운데)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왼쪽은 최종배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신경훈 기자 hshin@hankyung.com
정부가 탈(脫)원전 중장기 계획을 확정했다. 신고리원전 5·6호기는 당초 계획대로 건설하되 신규 원자력발전소 6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2038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 14기 가동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 골자다. 원전의 위험성을 줄이고, 이에 따른 전력 부족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원전은 위험한 에너지라고?

‘탈원전 정책’의 바탕에는 ‘원자력=위험한 에너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원자력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사능이 노출되면 치명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이는 ‘근거 있는 두려움’이다. 1986년 구(舊)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다. 방사능 누출로 원전 작업자 28명이 사고 몇 주 안에 사망하고, 수백 명이 상해를 입었다. 사고 지역 인근 주민 22만여 명은 다른 곳으로 영구 이주했다. 14m 높이의 쓰나미가 원전의 냉각용 비상발전기 작동을 마비시켜 발생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또한 원전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하지만 원전의 위험성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많다. 몇 차례 사고를 거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원전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안전도 역시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국내 원자력계 원로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은 “60년 넘게 원자력을 연구해온 학자의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원전 건물은 그 어떤 현대 건물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원전이 폐쇄된다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1980~1990년대의 ‘원전 르네상스’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원전의 퇴조’로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후 ‘탈원전’으로 돌아선 일본은 지난 6월 4년만에 후쿠이현의 다카하마원전 3호기 가동을 재개하는 등 멈췄던 원자로 80%를 재가동하고 있다. 사실상 ‘원전 체제’로 복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원전이 없이는 중장기 전력 수급 정책을 짜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대만 역시 지난 8월 4시간의 대정전으로 국민 64%가 어둠에 갇히면서 ‘원전 복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궈성 1호기와 마안산 2호기를 재가동했다. 원전 건설에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 러시아가 공격적으로 전세계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전 없어도 전기료 안 오른다고?

탈원전론자들은 원전의 발전 단가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강조한다. 원전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과 방사성물질 처리와 같은 사후비용, 여기에 원전 해체비용까지 포함하면 원전의 발전 단가가 풍력과 태양광보다 되레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탈원전의 모델 국가로 삼고 있는 독일을 보면 원전 축소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2011년 탈원전 결정 이후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 가정용 전기는 탈원전 선언 1년 전인 2010년에서 2017년 사이에 23.1% 올랐고, 산업용 전기료는 같은 기간 41.8% 뛰었다. 전기료를 구성하는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2000년 도입 당시 1% 수준에서 2017년 24% 증가한 것이 전기료 인상의 큰 요인이 됐다. 원가가 가장 낮은 것은 원전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하다고?

정부는 원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궁극적으로 ‘원전 제로’를 지향하면서 그에 따른 부족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3.7% 수준(2016년 기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는 대신 석탄(36.4%), 원전(30.6%) 비중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이나 석탄에너지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아직 실험 중인 신재생에너지로 미래 에너지 수급을 확정짓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기후나 국토의 크기 등 나라마다 여건이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원전 건설에 다시 나서고 있는 것은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NIE 포인트

원전의 장단점을 토론해보자. 신재생에너지의 종류와 특성을 공부하고, 바람직한 에너지정책도 친구들과 논의해보자.

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