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채납은 주체가 각각 다른 말이므로 가려서 써야 한다. 넘기는 쪽은 '기부'하는 것이고, 국가나 지자체 등 받는 쪽이 주어가 될 때 비로소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면 곧바로 대학 입시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간다. 이때 제일 많이 쓰면서도 자주 틀리는 말이 ‘접수(接受)’다. 가령 이 말을 “학생들이 지원서를 접수하려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접수는 ‘받다’란 뜻인데, 이를 마치 ‘내다’란 의미로 쓰는 데서 오는 오류다.
기부는 ‘넘기기’, 채납은 ‘받기’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 중에 ‘기부채납’의 쓰임새도 같은 유형의 오류다. 가령 다음 같은 문장들은 바른 쓰임새일까?
가) 부산시에서 철거한 물놀이장은 2년 전 건설사를 통해 ‘기부채납 받은 것이었다’.
나) 기부채납은 사업 시행자가 아파트 등을 건설할 때 도로·공원 같은 공공시설을 직접 조성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부채납(寄附採納)’은 ‘기부’와 ‘채납’이 결합된 용어로,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법률용어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써오는 말이다. 예문의 작은따옴표 안은 무심코 넘기기 십상이지만 살펴보면 어딘지 어색한 데가 있다. ‘기부’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채납’은 뜻도 어렵고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단어다. ‘채납(採納)’은 선별해 받는다는 뜻이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채납’이란 ‘국가 외의 자가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가에 이전해 국가가 이를 선별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기부채납’의 주체는 국가나 지자체이다.
기부와 채납은 주체가 각각 다른 말이므로 가려서 써야 한다. 넘기는 쪽은 ‘기부’하는 것이고, 국가나 지자체 등 받는 쪽이 주어가 될 때 비로소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즉 시행사에서 ‘기부/기증/공공기여’하면 국가에서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기부채납’을 두루 ‘기부’의 의미로 쓰는 것은 말을 이치적으로, 정교하게 쓰지 않은 결과다.
대부분 ‘기부’만으로도 뜻 통해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의 ‘기부채납 받은 것이었다’는 ‘기부채납한 것이었다’가 바른 용법임을 알 수 있다. 예문 나) 역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면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선별해 받는 제도를 말한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될 것이다.
기부채납은 ‘채납’ 즉 ‘받음’에 의미 중심이 있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1992년 국어순화자료집에서 기부채납을 ‘기부받음’ 또는 ‘기부받기’로 순화했다. 하지만 ‘채납’은 순화하기가 꽤 어려운 단어다. 읽기 쉬우면서도 의미도 딱 맞는 대체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법제처에서도 난해한 법령용어를 정비하면서 2006년에 채납을 ‘받아들임’으로 순화했다가 2008년엔 다시 ‘채납’으로 돌렸다.
‘기부채납’은 법률용어로 써온 지 오래돼 다른 말로 바꾸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주체에 맞게 써야 한다. 가령 국가가 주어로 올 때는 ‘기부채납’을, 시행사가 주어로 쓰일 때는 ‘기부/기증/공공기여’ 식으로 구별해 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말을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게 쓰는 방편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면 곧바로 대학 입시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간다. 이때 제일 많이 쓰면서도 자주 틀리는 말이 ‘접수(接受)’다. 가령 이 말을 “학생들이 지원서를 접수하려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접수는 ‘받다’란 뜻인데, 이를 마치 ‘내다’란 의미로 쓰는 데서 오는 오류다.
기부는 ‘넘기기’, 채납은 ‘받기’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 중에 ‘기부채납’의 쓰임새도 같은 유형의 오류다. 가령 다음 같은 문장들은 바른 쓰임새일까?
가) 부산시에서 철거한 물놀이장은 2년 전 건설사를 통해 ‘기부채납 받은 것이었다’.
나) 기부채납은 사업 시행자가 아파트 등을 건설할 때 도로·공원 같은 공공시설을 직접 조성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부채납(寄附採納)’은 ‘기부’와 ‘채납’이 결합된 용어로,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법률용어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써오는 말이다. 예문의 작은따옴표 안은 무심코 넘기기 십상이지만 살펴보면 어딘지 어색한 데가 있다. ‘기부’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채납’은 뜻도 어렵고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단어다. ‘채납(採納)’은 선별해 받는다는 뜻이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채납’이란 ‘국가 외의 자가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가에 이전해 국가가 이를 선별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기부채납’의 주체는 국가나 지자체이다.
기부와 채납은 주체가 각각 다른 말이므로 가려서 써야 한다. 넘기는 쪽은 ‘기부’하는 것이고, 국가나 지자체 등 받는 쪽이 주어가 될 때 비로소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즉 시행사에서 ‘기부/기증/공공기여’하면 국가에서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기부채납’을 두루 ‘기부’의 의미로 쓰는 것은 말을 이치적으로, 정교하게 쓰지 않은 결과다.
대부분 ‘기부’만으로도 뜻 통해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의 ‘기부채납 받은 것이었다’는 ‘기부채납한 것이었다’가 바른 용법임을 알 수 있다. 예문 나) 역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면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선별해 받는 제도를 말한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될 것이다.
기부채납은 ‘채납’ 즉 ‘받음’에 의미 중심이 있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1992년 국어순화자료집에서 기부채납을 ‘기부받음’ 또는 ‘기부받기’로 순화했다. 하지만 ‘채납’은 순화하기가 꽤 어려운 단어다. 읽기 쉬우면서도 의미도 딱 맞는 대체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법제처에서도 난해한 법령용어를 정비하면서 2006년에 채납을 ‘받아들임’으로 순화했다가 2008년엔 다시 ‘채납’으로 돌렸다.
‘기부채납’은 법률용어로 써온 지 오래돼 다른 말로 바꾸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주체에 맞게 써야 한다. 가령 국가가 주어로 올 때는 ‘기부채납’을, 시행사가 주어로 쓰일 때는 ‘기부/기증/공공기여’ 식으로 구별해 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말을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게 쓰는 방편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