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많다는 것은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징표다. 누구든 일자리가 있어야 열심히 일하고 소득을 올려 소비를 할 수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올라가야 정부가 받는 세금도 더 많이 걷힌다. 그러나 일자리는 경제활동의 성과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저성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용사정은 심각하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실업자 수가 100만 명, 청년실업률은 10%를 훌쩍 넘었다. 그렇지만 기업들의 채용 여력은 줄어 ‘고용 절벽’ ‘고용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5년 동안 21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런 일자리는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고용비용 증가로 신규 채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부족한 것은 좋은 일자리다. 다들 취업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대부분 대기업 취업을 우선시하고 중소·중견기업 취업은 기피한다. 대기업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중소·중견기업은 인력이 부족한 이른바 ‘미스 매치’가 생기는 이유다.

정부가 세금에서 봉급을 주는 공무원을 더 뽑거나, 기업들에 ‘채용을 늘리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과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늘어난다. 경제전문가들은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는 기본 명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지켜줄 뿐인 노동시장 개혁도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시대에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해외 선진국들은 고용 부족을 어떻게 풀고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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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