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절 기능 수행 … 자금배분
금리 낮추면 경기 살아날 수 있어
'자산 버블'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췄다. 기준금리란 무엇이고 왜 낮춘 걸까. 또 기준금리와 금리는 어떻게 다를까.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경제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아보자.

금리는 돈의 값…자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

돈을 빌리면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이자는 돈을 빌린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빌려쓴 것에 대한 대가다. 금리는 원금에 대한 이자 비율로 이자율이라고 한다. 금리는 곧 ‘돈의 값’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상품의 가격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결정되듯이 ‘돈의 값’인 금리도 자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돈의 수요가 많으면 금리가 오르고, 공급이 많으면 금리가 내린다. 또 중앙은행이 돈의 공급을 늘리면 금리가 내려가고, 시중의 돈을 회수하면 금리가 오른다. 장기 금리는 경제 주체들의 경기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다. 경제 주체들이 경기를 낙관하거나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장기 금리는 오르고, 그 반대면 하락한다.

기준금리와 금리의 역할

금리는 가계의 저축, 기업의 투자, 물가 수준, 나라 간의 자금이동 등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금리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히 배분해주는 자금 배분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금리가 오를 경우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산업 부문이 아니고서는 돈을 빌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금리는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도록 함으로써 나라 전체적으로 자금의 효율성을 높인다.

또 금리가 높아지면 저축은 늘고 소비가 줄어들며, 기업 투자는 위축된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난다. 이렇게 금리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거나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는 경기 조절기능도 한다. 이 밖에 금리가 오르면 물가가 안정되고, 고금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외국 돈이 늘어 통화 가치가 뛴다.

이처럼 금리가 중요한 까닭에 각국 중앙은행은 경제 실정에 맞춰 금리 수준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금리를 변동시킴으로써 전체적인 자금의 수요와 공급, 배분을 조절한다. 기준금리는 한은이 금융회사들과 거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로, 통화정책의 기준이 되는 단기금리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도 올라가고,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금리도 내려간다. 시중금리를 대표하는 지표는 정부가 발행하는 만기 3년짜리 국고채로, 현재 금리는 연 1.33% 수준이다. 기준금리는 한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기준금리 조정의 효과…통화정책의 전달경로

기준금리는 다섯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중금리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투자 지출과 소비 지출이 늘어난다. 또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자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생겨 그 영향으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난다.

또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국내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낮아져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가 줄어들고,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달러 공급 감소) 자국 통화 가치를 하락(환율 상승)시킨다. 환율 상승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린다. 이 밖에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을 늘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여 역시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 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총수요가 줄어들어 과열된 경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이처럼 화폐 공급량이나 금리의 변화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화정책의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라고 한다.

한은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물가는 안정되고 있는 반면 소비와 투자, 수출이 모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 또한 한층 커졌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경기를 살린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우려되는 건 실물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거품만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 버블은 더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 대출이 늘어 가계부채 문제를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기준금리 인하는 구조개혁 정책과 함께 시행돼야 효과가 커진다. 규제를 완화하고, ‘야성적 충동’에 의해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구조조정의 성패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다.

◆금리 낮추더라도 '유동성 함정' 빠지면 경기부양 효과 없어요!

중앙은행이 시중금리를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더라도 기대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유동성 함정’이다.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은 화폐 공급량을 늘리더라도 금리(이자율)가 전혀 변하지 않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현상을 뜻한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화폐 공급량 변화에 금리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만약 화폐 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이 무한대로 큰 극단적인 경우 화폐 수요곡선은 수평선이 되고 화폐 공급량이 아무리 늘어도 금리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유동성 함정은 화폐 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이 무한히 크기 때문에 화폐 공급량이 아무리 크게 변화해도 이자율에는 아무런 영향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다. 이렇게 되면 화폐 공급을 늘리더라도 투자 지출과 소비 지출은 증가하지 않는다. 유동성 함정은 경제학적으로는 이런 의미지만 일상 생활에선 금리가 떨어지고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도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는 데도 투자와 소비가 정체되는 건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돈 공급을 늘려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