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 첫 장 첫 구절에 나오는 이 문구는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공자는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고도 했다. 독서 역시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책과 오래 벗이 된다.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에겐 효율적 독서법도 중요하다. 같은 도구라도 사용 방법에 따라 쓰임새는 크게 달라진다.
주체적으로 읽어라
누군가에게 장대는 그저 감 따는 막대기일 뿐이다. 한데 그 장대가 다른 누군가에겐 몸을 의지하는 지팡이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거대한 바위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된다. 도구는 같아도 쓰임새가 다른 까닭이다. 책으로 지식을 넓히고 논리력을 키우려면 ‘주체적 독서’가 필요하다. 주체적 독서는 책에만 얼굴을 파묻고 피동적으로 저자의 생각만 따르는 게 아니라 행간에 자신의 생각을 끼워넣는 독서법이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책에는 저자의 길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물론 저자의 길이 독자의 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에 자신의 생각을 저자의 생각에 끼워넣으면 책에서 얻는 지식이 더 풍부해지고 논리력도 훨씬 커진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독서는 과거 가장 위대한 사람과의 대화”라고 했다. 대화하듯 말을 걸고, 생각을 나누며 읽어라.
책과 데이트를 해라
책은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벗이다. 데이트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먼저 책을 만나봐라. 접하기 쉽고, 관심이 있는 책부터 읽어라. 그럼 공자의 말처럼 독서의 맛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즐기게 된다. 가치 있는 모든 일은 시간이 걸린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바로 독서가 취미가 되지는 않는다. 독서도 나름 인내가 필요하다. 조금 지루하다고,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책을 덮으면 점점 책에서 멀어진다. 책장에 꽂혀만 있는 책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책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는 책 중 한두 권을 골라라. 그리고 읽어라. 독서는 생각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대형 오픈라인 서점에 들러 책의 세상을 거닐어봐라. 시각은 늘 동기를 자극한다. 스마트폰과의 시간을 줄이고 책과의 시간을 늘려라.
감상문을 써라
느낌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기억·지식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독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감상문을 써보는 게 중요하다. 감상문을 쓰면 책의 내용이 분명하게 정리될뿐더러 필력도 늘어난다. 논리·창의력도 함께 커진다. 요즘 고등학교에서 중요성이 커져가는 소논문 작성에도 감상문은 크게 도움을 준다. 감상문을 쓰면서 좋은 문구나 확장성이 큰 구절 등은 필사(筆寫)하는 것도 요령이다. 필사는 사람을 정확하게 만들고, 필력을 늘리는 데도 최고의 방법이다. 감상문을 쓸 때는 책 내용 요약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함께 써야 한다. 감상문은 단순히 긴 글의 축약이 아니다.
키워드를 정리하라
키워드는 핵심어다. 단어, 문장, 격언, 속담 등은 모두 키워드가 될 수 있다. 키워드는 지식이나 창의, 사유의 씨앗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키워드가 될 만한 것들을 잘 정리해두면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키워드를 쥐고 있으면 글의 일관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또 주제도 명확해진다. 대입 면접에서도 키워드는 유용하게 활용된다. 키워드가 있으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 키워드는 일종의 글의 편집이다.
메모하라
‘메모 10년이면 운명도 바뀐다’는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18년의 유배 기간에 무려 500권의 책을 썼다. 그는 ‘메모광’이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도 ‘메모의 달인’이다. 그는 ‘냅킨 메모’로도 유명하다. 음식을 먹다가도 생각이 스치면 식탁 냅킨에도 메모를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어린왕자》도 생텍쥐페리가 음식점에서 우연히 그린 ‘어린 꼬마’에서 탄생했다. 스케치하는 모습을 본 출판사 대표가 “그 어린 꼬마로 얘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했고, 생텍쥐페리는 그 어린 꼬마를 주제로 《어린왕자》를 썼다. 책을 읽으면서도 메모는 필수다. 정형화된 형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책을 읽다 메모를 해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음에 끌리는 구절에 형광펜 등으로 밑줄을 긋는 것도 일종의 메모다.
사유하고 토론하라
책 내용을 머리에 오래 담아두려면 읽은 후 책의 큰 줄기를 되돌아 짚어보는 게 좋다. 사유는 생각을 풍부하게 한다. 사유 과정이 없으면 책 내용은 금세 흐릿해진다. 독서란 사유의 공간을 넓히려는 지적 훈련이다.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 책은 내용은 더 ‘내 것’이 된다. 독서토론회 등의 동아리를 조직해 정기적으로 토론하라. 책을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해진다.
◆책 안읽는 한국인…스마트폰 직격탄?
지하철 내 풍경이 달라진 지는 오래다. 풍경을 바꾼 건 스마트폰이다. 요즘 지하철 안은 ‘고개숙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가구당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은 5년 연속 줄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책을 사는 데 쓴 돈은 월평균 1만6623원이었다. 이는 전년(1만8154원)보다 8.4% 줄어든 금액으로, 책 한권 값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2014년 11월21일부터 지난해 10월31일까지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는 1만7916원이었다. 책을 사는 데 쓰는 월평균 지출액은 2010년 2만1902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종이책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 집에서도 스마트폰이 뉴스검색은 물론 게임기 역할까지 겸하면서 그만큼 종이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읽는 글은 책으로 읽는 글과는 차이가 크다. 같은 내용이라도 책의 글이 기억에 더 오래 남고, 논리력 향상에도 더 도움이 된다. 집중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흥미 위주의 글보다는 스스로가 직접 책을 고르고 읽을 때 참된 지식, 참된 사고가 생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논어 첫 장 첫 구절에 나오는 이 문구는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공자는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고도 했다. 독서 역시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책과 오래 벗이 된다.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에겐 효율적 독서법도 중요하다. 같은 도구라도 사용 방법에 따라 쓰임새는 크게 달라진다.
주체적으로 읽어라
누군가에게 장대는 그저 감 따는 막대기일 뿐이다. 한데 그 장대가 다른 누군가에겐 몸을 의지하는 지팡이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거대한 바위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된다. 도구는 같아도 쓰임새가 다른 까닭이다. 책으로 지식을 넓히고 논리력을 키우려면 ‘주체적 독서’가 필요하다. 주체적 독서는 책에만 얼굴을 파묻고 피동적으로 저자의 생각만 따르는 게 아니라 행간에 자신의 생각을 끼워넣는 독서법이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책에는 저자의 길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물론 저자의 길이 독자의 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에 자신의 생각을 저자의 생각에 끼워넣으면 책에서 얻는 지식이 더 풍부해지고 논리력도 훨씬 커진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독서는 과거 가장 위대한 사람과의 대화”라고 했다. 대화하듯 말을 걸고, 생각을 나누며 읽어라.
책과 데이트를 해라
책은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벗이다. 데이트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먼저 책을 만나봐라. 접하기 쉽고, 관심이 있는 책부터 읽어라. 그럼 공자의 말처럼 독서의 맛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즐기게 된다. 가치 있는 모든 일은 시간이 걸린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바로 독서가 취미가 되지는 않는다. 독서도 나름 인내가 필요하다. 조금 지루하다고,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책을 덮으면 점점 책에서 멀어진다. 책장에 꽂혀만 있는 책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책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는 책 중 한두 권을 골라라. 그리고 읽어라. 독서는 생각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대형 오픈라인 서점에 들러 책의 세상을 거닐어봐라. 시각은 늘 동기를 자극한다. 스마트폰과의 시간을 줄이고 책과의 시간을 늘려라.
감상문을 써라
느낌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기억·지식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독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감상문을 써보는 게 중요하다. 감상문을 쓰면 책의 내용이 분명하게 정리될뿐더러 필력도 늘어난다. 논리·창의력도 함께 커진다. 요즘 고등학교에서 중요성이 커져가는 소논문 작성에도 감상문은 크게 도움을 준다. 감상문을 쓰면서 좋은 문구나 확장성이 큰 구절 등은 필사(筆寫)하는 것도 요령이다. 필사는 사람을 정확하게 만들고, 필력을 늘리는 데도 최고의 방법이다. 감상문을 쓸 때는 책 내용 요약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함께 써야 한다. 감상문은 단순히 긴 글의 축약이 아니다.
키워드를 정리하라
키워드는 핵심어다. 단어, 문장, 격언, 속담 등은 모두 키워드가 될 수 있다. 키워드는 지식이나 창의, 사유의 씨앗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키워드가 될 만한 것들을 잘 정리해두면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키워드를 쥐고 있으면 글의 일관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또 주제도 명확해진다. 대입 면접에서도 키워드는 유용하게 활용된다. 키워드가 있으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 키워드는 일종의 글의 편집이다.
메모하라
‘메모 10년이면 운명도 바뀐다’는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18년의 유배 기간에 무려 500권의 책을 썼다. 그는 ‘메모광’이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도 ‘메모의 달인’이다. 그는 ‘냅킨 메모’로도 유명하다. 음식을 먹다가도 생각이 스치면 식탁 냅킨에도 메모를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어린왕자》도 생텍쥐페리가 음식점에서 우연히 그린 ‘어린 꼬마’에서 탄생했다. 스케치하는 모습을 본 출판사 대표가 “그 어린 꼬마로 얘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했고, 생텍쥐페리는 그 어린 꼬마를 주제로 《어린왕자》를 썼다. 책을 읽으면서도 메모는 필수다. 정형화된 형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책을 읽다 메모를 해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음에 끌리는 구절에 형광펜 등으로 밑줄을 긋는 것도 일종의 메모다.
사유하고 토론하라
책 내용을 머리에 오래 담아두려면 읽은 후 책의 큰 줄기를 되돌아 짚어보는 게 좋다. 사유는 생각을 풍부하게 한다. 사유 과정이 없으면 책 내용은 금세 흐릿해진다. 독서란 사유의 공간을 넓히려는 지적 훈련이다.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 책은 내용은 더 ‘내 것’이 된다. 독서토론회 등의 동아리를 조직해 정기적으로 토론하라. 책을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해진다.
◆책 안읽는 한국인…스마트폰 직격탄?
지하철 내 풍경이 달라진 지는 오래다. 풍경을 바꾼 건 스마트폰이다. 요즘 지하철 안은 ‘고개숙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가구당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은 5년 연속 줄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책을 사는 데 쓴 돈은 월평균 1만6623원이었다. 이는 전년(1만8154원)보다 8.4% 줄어든 금액으로, 책 한권 값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2014년 11월21일부터 지난해 10월31일까지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는 1만7916원이었다. 책을 사는 데 쓰는 월평균 지출액은 2010년 2만1902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종이책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 집에서도 스마트폰이 뉴스검색은 물론 게임기 역할까지 겸하면서 그만큼 종이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읽는 글은 책으로 읽는 글과는 차이가 크다. 같은 내용이라도 책의 글이 기억에 더 오래 남고, 논리력 향상에도 더 도움이 된다. 집중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흥미 위주의 글보다는 스스로가 직접 책을 고르고 읽을 때 참된 지식, 참된 사고가 생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