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IoT
[Cover Story] 통신망이 신경망처럼…확산되는 '스마트시티'
『14일 저녁 서울역 앞 버스 환승정류장. 직장인 김 모 과장은 분당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을 본다. ‘0000번 7분후 도착 예정’ 전광판의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거래처에 전화를 걸어 낮에 하지 못한 간단한 업무를 마무리한다. 예정된 7분이 지나 버스가 도착하자 여유있게 준비해 탑승한다.』요즘 대도시 버스정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수년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러한 교통정보시스템이 일상 생활이 된 것은 정보통신 기술 발전 덕분이다. 정보통신 기술은 최근 도시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시티(smart city)’ 시대가 성큼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네트워크로 연결

스마트시티는 21세기의 새로운 도시 유형이다. 도시 구성원 간 네트워크가 완벽히 갖춰지고, 정보가 소통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센서·디지털·빅데이터·통신 등 다양한 기술이 동원된다.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연결시켜 교통 ·환경·에너지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버스 도착 알림 서비스는 사실 스마트시티의 초기 모습에 불과하다. 앞으로 네트워크가 사람 사물로 더 확산되고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도시 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 생활도 변할 것이다. 네트워크는 정보를 도시 전체로 동기화시키는 힘이 있다. 길잃은 미아를 한층 과학적이고 신속하게 찾을 수 있다. 도시관제센터가 GPS(위치추적서비스)를 이용해 아이의 동선을 파악하고, 도시 전체에 설치된 디지털 전광판에 미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전송한다. 경찰은 물론 시민 모두가 미아 찾기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시 주차난도 완화할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는 차가 있는지를 감지하는 센서를 주차 공간에 심고, 센서를 주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과 무선으로 연결했다. 자동차가 주차를 하면 무선으로 연결된 가로등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주차중’이라는 정보를 전달하고, 중앙관제시스템을 통해 주차 공간 정보가 스마트앱으로 바로 전송된다. 운전자들은 이를 이용해 주차공간을 쉽게 찾을 주차하고, 시간도 아낄 수 있다.

독일 항구 도시 함부르크는 ‘스마트도로’로 유명하다. 이 프로젝트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움직이는 다리와 교통을 연계해 항구의 교통흐름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선박이 다리 근처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다리가 들어 올려질 수 함으로써 차량 통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세계는 ‘스마트시티’ 건설 중

런던·두바이·암스테르담·뭄바이 등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앞다퉈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산·대구·인천 등에서 스마트시티가 추진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도 스마트시티로 건설될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사물인터넷 융·복합 시범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공모 중이다.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교통체증, 치안 등 도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IoT 융·복합 서비스를 발굴하자는 게 취지다. 서울시도 서울을 스마트시티로 변신시키기 위해 아마존·시스코·인텔·카카오 등 국내외 글로벌 IT 기업들과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동남아의 대표적 관광지인 태국의 푸켓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디지털 관련 투자를 확대해 해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 푸켓을 스마트시티로 바꾼뒤 내년에는 치앙마이도 스마트시티로 변신시킨다는 방침이다. 인도의 모디 총리도 스마트시티를 야심차게 확대하고 있다.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도시?

스마트시티는 시민에게 더없이 편리한 도시다.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면 대부분의 회사 업무는 집에서 처리가 가능해진다. 현재도 일부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지만 스마트 시티에선 사무실의 필요성은 더 크게 줄어든다. 화상을 통해 팀회의를 하고, 업무 지시와 보고도 화상으로 이뤄진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진료를 받는 화상진료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치안을 강화해 범죄가 줄어들 여지도 있다. 하지만 정보망이 촘촘하면 그만큼 감시도 심해진다. 스마트시티에선 CCTV(폐쇄회로)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 센서가 더 촘촘히 설치되고, 시민의 일상은 더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첨단 기기들은 ‘빅브라더’처럼 인간을 곳곳에서 감시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디지털시대, 융합적으로 사고하라

수렵·채집 시대는 활 잘쏘는 사람이 리더가 됐다. 산업혁명 시대엔 기계를 잘 다루는 기술자가 인정받았다. IT 시대엔 첨단 기기에 익숙한 사람이 앞서 간다. IT를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유효한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는 첨단 기술과 기기가 다양한 방면에서 연속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센서(인식), 빅데이터, IoT기술 등등.

따라서 디지털 시대를 앞서 가려면 특전 분야의 전문 기술도 중요하지만 여러 분야의 기술 지식을 종합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즉 단순한 지식의 축적보다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고 응용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가 중요하다. 융합적 사고를 함으로써 창의력도 탄생한다. 사고의 방점을 인과(因果)에서 상관(相關)으로 조금 옮겨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데이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쇤베르거 옥스퍼드대 교수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원인에 집착하는 사고를 고집하기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상관성에서 통찰을 얻고 이를 응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지혜”라고 지적한다.

데이터가 방대할수록 오류의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에 빅데이터가 읽어내는 의미를 신뢰해도 큰 오류가 없다는 것이다. 틀에 박힌 사고는 디지털시대엔 쓰임새가 약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교육의 방향도 단순한 암기식 주입보다 창의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