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선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거라는 두려움도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전망이 조금씩 엇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인공지능은 기업에 ‘미래 먹거리’가 될 거라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산업 생태계는 물론 기업 서열까지 바꿔 놓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든 국가든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
“AI 다음 격전지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의 다음 격전지는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11일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자율운행 기술을 보유한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하자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 등 외신은 인공지능의 다음 격전지로 자율주행차를 꼽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연산법칙)은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술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이 무인자동차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이유다. 구글의 무인차는 이미 300만㎞ 넘게 시험주행을 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10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GM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댄 아만 GM 사장은 “크루즈오토메이션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완전 자율주행차를 가능한 한 빨리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에 인수되기 전 크루즈오토메이션은 아우디에 고속도로 자율운행 기술과 센서 등을 공급했다.
BMW는 지난 7일 인공지능 자동차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도 지난 1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문을 연 ‘도요타연구소’에 앞으로 5년간 10억달러를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완성차업체는 물론 애플, 테슬라, 우버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투자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그룹도 구글 안드로이드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디지털,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합작품이다.
의사·교사·기상캐스터·비서…
인공지능은 의료·금융·법률 등에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미국 IBM은 2011년 왓슨그룹을 신설해 인공지능 연구에 속력을 내고 있다. 이강윤 한국IBM 왓슨비즈니스 코그너티브 솔루션 사업부 상무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왓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가 내릴 수 있는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의학 분야에서 최신 동향을 따라가려면 매년 700개 이상의 저널을 봐야 하는데 인간이 이를 모두 소화하기란 사실 어렵다”고도 했다. 로봇 의사가 인간 환자를 진료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다양한 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상하이의 한 방송사와 손잡고 인공지능 기상캐스터인 샤오빙(小氷)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페이스북은 2014년에 사람 얼굴을 97% 정확도로 인식하는 ‘딥페이스’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비서 솔루션인 ‘엠(M)’도 선보였다. 모두 인공지능이 바탕이 된 기술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시장을 키우고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앞서는 글로벌 기업…뒤처진 한국
인공지능에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재이고, 또 하나는 투자다. 이른바 ‘인공지능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사람은 제프리 힌턴 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천재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 프랑스 파리6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얀 르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친 중국계 영국인 앤드루 응이다. 이 중 힌턴과 커즈와일은 구글에 영입돼 인공지능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구글이 다양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서가는 이유다. 힌턴은 ‘딥러닝’ 개념의 창시자다. 르쿤은 페이스북에서, 응은 중국의 대표 검색 포털인 바이두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바이두의 자율주행차가 30만㎞ 이상을 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구글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만 280억달러(약 33조원)를 쏟아부었다. 도요타는 최근 10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웠다.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들여 딥러닝연구소를 설립했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기업들의 ‘큰 먹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인공지능 관련 투자는 미미한 실정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공지능 분야 투자는 180억원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은 전통산업에 비해 ‘선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자칫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자가 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AI 다음 격전지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의 다음 격전지는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11일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자율운행 기술을 보유한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하자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 등 외신은 인공지능의 다음 격전지로 자율주행차를 꼽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연산법칙)은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술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이 무인자동차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이유다. 구글의 무인차는 이미 300만㎞ 넘게 시험주행을 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10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GM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댄 아만 GM 사장은 “크루즈오토메이션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완전 자율주행차를 가능한 한 빨리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에 인수되기 전 크루즈오토메이션은 아우디에 고속도로 자율운행 기술과 센서 등을 공급했다.
BMW는 지난 7일 인공지능 자동차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도 지난 1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문을 연 ‘도요타연구소’에 앞으로 5년간 10억달러를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완성차업체는 물론 애플, 테슬라, 우버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투자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그룹도 구글 안드로이드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디지털,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합작품이다.
의사·교사·기상캐스터·비서…
인공지능은 의료·금융·법률 등에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미국 IBM은 2011년 왓슨그룹을 신설해 인공지능 연구에 속력을 내고 있다. 이강윤 한국IBM 왓슨비즈니스 코그너티브 솔루션 사업부 상무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왓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가 내릴 수 있는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의학 분야에서 최신 동향을 따라가려면 매년 700개 이상의 저널을 봐야 하는데 인간이 이를 모두 소화하기란 사실 어렵다”고도 했다. 로봇 의사가 인간 환자를 진료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다양한 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상하이의 한 방송사와 손잡고 인공지능 기상캐스터인 샤오빙(小氷)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페이스북은 2014년에 사람 얼굴을 97% 정확도로 인식하는 ‘딥페이스’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비서 솔루션인 ‘엠(M)’도 선보였다. 모두 인공지능이 바탕이 된 기술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시장을 키우고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앞서는 글로벌 기업…뒤처진 한국
인공지능에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재이고, 또 하나는 투자다. 이른바 ‘인공지능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사람은 제프리 힌턴 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천재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 프랑스 파리6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얀 르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친 중국계 영국인 앤드루 응이다. 이 중 힌턴과 커즈와일은 구글에 영입돼 인공지능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구글이 다양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서가는 이유다. 힌턴은 ‘딥러닝’ 개념의 창시자다. 르쿤은 페이스북에서, 응은 중국의 대표 검색 포털인 바이두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바이두의 자율주행차가 30만㎞ 이상을 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구글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만 280억달러(약 33조원)를 쏟아부었다. 도요타는 최근 10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웠다.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들여 딥러닝연구소를 설립했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기업들의 ‘큰 먹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인공지능 관련 투자는 미미한 실정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공지능 분야 투자는 180억원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은 전통산업에 비해 ‘선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자칫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자가 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