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4차 산업혁명…일자리가 바뀐다
[Cover Story] 로봇이 일자리를 500만개나 줄인다고?
네드 러드(Ned Ludd)라는 노동 운동가가 있었다. 영국 산업혁명 초창기인 1810년대에 이름을 날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섬유분야에서 일했다. 일자리가 섬유산업에서 가장 많이 창출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기술혁신이 일어났다. 이때 나온 것이 방적기와 증기기관이다. 기계는 속속 도입됐고, 사람들은 실제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것에 격분한 러드는 그의 비밀조직원과 함께 밤마다 기계를 부수고 다녔다. “악마 같은 기계가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이 움직임을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부른다.

“자동차가 일자리 없앤다?”

[Cover Story] 로봇이 일자리를 500만개나 줄인다고?
20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를 돌아보면 재미있다. 러드의 울분대로 일자리가 영원히 사라졌고 사람들은 굶주렸을까? 러드는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얼마 후 기계는 대규모 공장산업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신기술로 생산성이 높아지자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농업시대나 산업혁명 초기보다 더 올라갔다. 기술혁신은 일자리를 당장 없애기는 했지만 곧 높은 임금을 주는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러다이트 운동’의 심리학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자동차산업이 막 일어날 때인 19세기 중후반 마차산업 종사자들은 증기자동차라는 로봇을 보고 같은 증상을 겪었다. 마부들은 자동차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붉은 깃발법’을 1865년 만들어냈다. 마차보다 빨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사이 독일, 프랑스에 이어 20세기 미국에서 자동차산업이 폭발했다. 자동차산업이 창출해낸 일자리는 수십만개를 넘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20세기에 벌어졌다. 컴퓨터가 도입되면 기업에서 일하던 타자수들이 죄다 실업상태에 빠진다는 우울한 전망이 많았다. 우려했던 일은 실제로 나타났다. 1980년대 컴퓨터 도입으로 타자기를 다루던 타자수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만 해도 10만명이 훌쩍 넘는 근로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일자리는 수십만개에 달한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 다고

최근 다보스포럼이라는 모임이 4차 산업혁명으로 5년간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로봇산업이 번창하면 기존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는 반면 새로운 일자리는 200만개만 생긴다고 추측했다. 다보스포럼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19세기, 20세기에도 이런 말은 되풀이됐다. ‘새로운 기계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레토릭이다. 전기의 발견이 양초업자를 줄였지만 전기산업이 일궈낸 고용창출은 양초산업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로봇은 어떨까. 로봇이 일자리 절반을 빼앗아 간다는 ‘제3의 실업론’도 겁을 준다. ‘제2의 기계시대’를 쓴 에릭 브린졸프슨, 앤드루 맥아피 등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얼마나 잡아먹을 것이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건 인간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1968년 노벨상 수상자 군나르 미르달은 로봇의 발달에 따른 자동화 혁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대규모 실업상태와 소득 불균형이 증가해 사회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전후방연관효과 잘 살펴야

기계가 도입되면 기계가 맡을 일을 해오던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후방연관효과가 생겨난다는 사실을 잘 살펴야 한다. 기계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런 창출효과가 바로 전방연관효과다.

후방효과는 우리들의 씀씀이에서 나온다. 기계화가 되면 원가가 떨어지고 제품 가격도 내려간다. 소비자는 필연적으로 돈을 덜 지출하고 다른 상품소비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소비가 늘면 생산이 늘 것이고, 여기에서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것이 후방연관효과다. 결국 사회 전체의 일자리는 늘어난다는 얘기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기계화와 경제성장의 과실(전체 국민소득)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를 볼 수 있는 숫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53년 25.8%였던 노동소득분배율이 1990년대 이후 60% 안팎 수준을 유지해왔다. 기계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로봇과 일자리 감소의 상관관계는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일자리 감소는 정부의 규제와 간섭, 경쟁 제한, 기업가 정신의 쇠퇴와 더 높은 상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