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기업 경쟁력이 국력이다
[Cover Story] 생산·고용·세금·혁신…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들
기업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이윤 추구’다. 한데 다소 이기적으로 들리는 ‘이윤 추구’가 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 인류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 이윤은 혁신·창의·경쟁의 결과물이다. 기업은 일자리의 원천이다. 기업의 성장은 대부분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 반면 기업의 쇠락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최근 수년간 업황 불황으로 수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은 국가를 받치는 ‘기둥’이다. 국가의 국제적 위상은 그 나라 글로벌 기업 수와 비례한다.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국가 살림살이의 큰 재원이다. 복지도, 무상교육도 세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기업은 생산자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생산자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이윤을 남긴다. 재화·서비스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토대다. 자동차·비행기·인터넷·스마트폰 등은 모두 기업의 생산물이다. 금융·유통 등 서비스도 기업이 제공한다. 인류가 누리는 풍요는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경제규모의 척도인 국내총생산(GDP)은 기업이 일정 기간, 일정 지역 내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종합한 것이다. 경제선진국은 기업들이 생산한 재화·서비스의 규모가 크고 질(質) 또한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2015년 GDP가 18조달러(IMF 추정)로 세계 1위다. 중국은 11조2000억달러로 2위다. 한국은 1조4300억달러로 세계 11위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면 GDP가 커진다. 따라서 그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느냐는 GDP를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국민소득이 더 기준이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이 5만6000달러, 중국이 8100달러, 한국이 2만8000달러 정도다.

기업은 고용주다

기업은 일자리의 원천이다.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다. 삼성그룹의 직원 수는 20만명을 훨씬 넘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5만명 안팎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LG그룹 직원도 12만명을 넘는다. 롯데·SK를 포함한 한국 5대 그룹의 직원 수는 60만명을 넘는다. 물론 대기업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모두 ‘고용주’다. 일자리는 생계와 직결된다. 지구촌은 ‘실업과의 전쟁’ 중이다. 특히 청년실업은 선진국·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심각한 사회문제다. 스페인은 청년 두 명 중 한 명꼴로 실업자다. 한국 청년 실업률도 두 자릿수에 육박할 정도로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 성장하는 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쇠락하는 기업은 고용을 줄인다. 고용은 산업별로도 명암이 갈린다. 지구촌이 실업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세계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기업은 납세자다

나라 살림살이의 재원은 대부분 세금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세·지방세로 살림살이를 꾸린다. 지난해 기업들이 낸 법인세는 44조원 정도(전체 세금은 약 220조원)다. 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직원들은 소득세를 낸다. 지난해 소득세는 56조원을 넘는다. 세금은 인프라 구축, 복지, 무상교육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납세자가 없으면 국가는 존재하지도, 지속되지도 못한다. 납세는 기업·국민의 의무다. 일부에선 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법인세율을 지나치게 높이면 ‘기업할 의욕’이 저하된다. 이는 결국 생산 감소-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세수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세금이 낮은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오프쇼어링’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기업은 혁신가다

기업은 세상을 바꾼다. 자동차·컴퓨터·스마트폰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기업의 대표적 생산품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서 기업의 생존 키워드는 ‘혁신’이다. 기업 스스로도 변하고 혁신해야 살아남는다. 도전·혁신·창의의 기업가 정신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다. 슘페터가 말한 것처럼 기업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롭고, 더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한다. 기업이 세상 풍경을 바꾸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다. 그만큼 기술의 진화 속도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기업은 ‘국가브랜드’다

기업은 ‘나라의 얼굴’이다. 지구상에서 ‘코리아’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삼성 스마트폰·현대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글로벌 기업은 ‘국가브랜드’다. 미국의 힘은 핵미사일보다 애플·GM·구글·MS·페이스북·골드만삭스 등 기업에서 나온다. 일본이 영토는 작아도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이 센 것은 도요타·소니 같은 간판급 기업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러시아는 미국에 맞서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위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에는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기업이 없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