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CO₂줄이자…파리 기후회의 '동상이몽'
2020년 이후 ‘신(新)기후체제’를 논의할 UN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1)는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전기(轉機)가 될 전망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과 기후변화에 따른 재정적 책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과 관련된 쟁점은 △선진국 분류 여부 △국제 탄소시장 활용 가능성 △협정문의 법적 구속력 등 세 가지다.

① 한국은 선진국? 개도국?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000달러에 달하는 지금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신기후체제’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개도국 지원에도 참여해야 한다. 개도국은 자신들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을 위해 선진국들이 2020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협상장에서 선진국도 아니고 개도국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전략이다.

② 국제 탄소시장 활용 가능할까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예상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감축목표서(INDC)를 최근 UN에 제출했다.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37% 중 25.7%포인트만 국내에서 감축하고 나머지 11.3%포인트는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해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 온실가스 감축 시설을 지어주거나 숲을 조성해준 뒤 그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분만큼의 배출권을 사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해도 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개도국은 그런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 기업이 자국에 환경 설비를 투자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만장일치제인 총회 특성상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국제 탄소시장 활용 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

국제 시장을 활용하지 못하면 한국은 감축 목표 37%를 모두 국내에서 줄여야 한다. 협상에 참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시장(market)이라는 용어를 협정문에 쓰지 않는 대신 우회적 용어를 사용해서라도 ‘국제 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협정문에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③ 주요국가들 속으로 딴 생각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협정문의 국제법상 구속력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2주 후 도출될 새 협정문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면 한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은 제출한 감축 목표에 대한 국제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강제적 벌칙 조항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외적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부담이 커진다. 야당인 공화당이 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국회 비준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협정문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도 의회 비준동의를 받지 못해 가입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때 법적 구속력을 강하게 주장했던 프랑스는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정문 중 일부 조항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법적 구속력 있는 지구온난화 방지 조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④신(新)에너지 시장 열린다

‘신(新)기후체제’가 출범하면 15년간 12조달러가 넘는 새로운 에너지 관련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적 이슈로 부각함에 따라 2030년까지 에너지시장에 총 12조3000억달러(약 1경4145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갈수록 커져 IEA는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규모가 2012년 5584기가와트(GW)에서 2040년엔 1만4156GW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장은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떠안게 되면서 발전 시설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가 팽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한국 경제에 부담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블루오션’인 에너지 신기술 시장을 선점하면 신기후체제로의 진입이 오히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시장에 약 20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총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 신시장을 구축하겠다는 ‘2030년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을 발표했다. △화력발전기 효율을 5%포인트 올리는 기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전기차 배터리 효율 극대화 기술 등을 개발해 국내 온실가스를 줄이는 한편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등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겠다는 목표다.

심성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