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 7년간 제로 수준에 머물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12월에는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미국의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목표로 하는 기준을 거의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에 좀 못 미치지만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는 것은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금리정책은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미국과 달리 경기가 아직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한 만큼 추가로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판에 동결은 못할 망정 추가 인하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내 금리 추가 인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과감한 금리 인하가 경제 비관론 해소한다”
비록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국내 사정은 이와는 전혀 별개라는 게 추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마당에 기준금리를 내리면 자본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본다. 미국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것인 데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관계자들은 금리를 급격히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37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쌓아 놓은 데다 단기외채 비율도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한다. 외국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갖고 있는 신뢰와 불어난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자본 유출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그는 과장됐다고 본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지하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지하경제를 포함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훨씬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등 과감한 정책을 잇달아 쓰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손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일본 중국 등의 사례를 들어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경제성장률 7%대 달성이 어려워진 중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고 일본도 제로금리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아직 연 1.5%로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국내 기준금리도 더 내리는 게 침체된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대 “금리 내려도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 크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1.5%)에서 동결하면서 “지금까지는 성장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시급했지만 이제는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병행할 때”라고 말했다. 저금리 부작용이 큰 데다 미국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도 지적했다. 사실상 추가 금리 인하는 곤란하다는 사인이었다. 한국은행은 마지막으로 지난 6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내린 후 5개월째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이 총재 취임 후 한은은 네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추가 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은 마음껏 완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문제, 자본 유출 가능성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금리를 인하해도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고령화 시대에 은퇴 이후 소득은 여전히 낮고 주거비 등 생활비용은 높아 가계의 소비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력 산업의 근거지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어 투자가 늘지 않는 데도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록 지금은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훨씬 높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만으로도 해외 자본 유출 움직임이 있는데 국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면 자본 유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것도 대규모 해외 자금 유출입 때문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는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 생각하기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이 중요”
세계적인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경제에 활기가 돌고 물가도 상승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중앙은행이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양적 완화까지 벌였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도 않았고 물가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과거와 달리 금리정책의 효과가 크게 떨어졌음을 잘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자금을 증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추가로 몰려들게 해 이 부문에서 버블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 활황 역시 지속적 금리 인하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산시장 호황은 경제 전체 리스크를 높일 수도 있다.
물론 경제에는 심리적인 면이 많이 작용하고 추가 금리 인하는 그런 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의 통화정책만 무조건 따라가는 식의 금리정책은 이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도 더욱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정책 효과도 더욱 높아진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비록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국내 사정은 이와는 전혀 별개라는 게 추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마당에 기준금리를 내리면 자본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본다. 미국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것인 데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관계자들은 금리를 급격히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37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쌓아 놓은 데다 단기외채 비율도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한다. 외국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갖고 있는 신뢰와 불어난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자본 유출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그는 과장됐다고 본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지하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지하경제를 포함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훨씬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등 과감한 정책을 잇달아 쓰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손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일본 중국 등의 사례를 들어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경제성장률 7%대 달성이 어려워진 중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고 일본도 제로금리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아직 연 1.5%로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국내 기준금리도 더 내리는 게 침체된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대 “금리 내려도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 크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1.5%)에서 동결하면서 “지금까지는 성장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시급했지만 이제는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병행할 때”라고 말했다. 저금리 부작용이 큰 데다 미국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도 지적했다. 사실상 추가 금리 인하는 곤란하다는 사인이었다. 한국은행은 마지막으로 지난 6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내린 후 5개월째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이 총재 취임 후 한은은 네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추가 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은 마음껏 완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문제, 자본 유출 가능성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금리를 인하해도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고령화 시대에 은퇴 이후 소득은 여전히 낮고 주거비 등 생활비용은 높아 가계의 소비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력 산업의 근거지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어 투자가 늘지 않는 데도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록 지금은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훨씬 높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만으로도 해외 자본 유출 움직임이 있는데 국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면 자본 유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것도 대규모 해외 자금 유출입 때문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는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 생각하기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이 중요”
세계적인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경제에 활기가 돌고 물가도 상승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중앙은행이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양적 완화까지 벌였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도 않았고 물가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과거와 달리 금리정책의 효과가 크게 떨어졌음을 잘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자금을 증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추가로 몰려들게 해 이 부문에서 버블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 활황 역시 지속적 금리 인하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산시장 호황은 경제 전체 리스크를 높일 수도 있다.
물론 경제에는 심리적인 면이 많이 작용하고 추가 금리 인하는 그런 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의 통화정책만 무조건 따라가는 식의 금리정책은 이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도 더욱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정책 효과도 더욱 높아진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