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宗敎)란 무엇인가, 신(神)이란 무엇인가, 문명(文明)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테러사건은 우리에게 새삼 이런 질문을 던진다. 종교와 신은 인류문명을 발전시켜온 거대한 동력이었다. 신을 향한 마음은 문학, 회화, 출판, 건축, 음악 등 인류 문화를 풍요롭게 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다양한 종교가 없었다면 지구에 이처럼 다양한 문명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프랑스 테러는 종교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새삼 들여다 보게 한다. 종교 테러는 문명적인가, 신의 뜻인가, 인간 망상의 소산인가. 온건한 종교인들은 종교인이 모두 폭력적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온건파는 모든 종교에 많이 존재한다. 이교도와 공존하는 것,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것은 신의 뜻에도 맞는다는 수정주의적 해석이다.

하지만 종교의 기본 속성은 온건론자들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 ‘신의 이름으로’를 내세운 지배와 피지배, 폭력과 보복은 반복돼 왔다. 십자군 원정, 이교도 화형, 집단학살, 30년 종교전쟁, 이라크 침공, 미국 9·11 테러 같은 증거는 산더미처럼 많다. 특정 종교가 팽창하고 쇠락할 때 비극은 반복돼 왔다.

종교 비판자들은 성서와 코란에 이교도를 가만두지 말라는 교리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교리는 절대 비판할 수 없는 신성성을 띠기 때문에 폭력을 낳기도 한다. 야훼를 신으로 받드는 유대교의 경전, 구약성서에는 이스라엘 민족의 앞길에 나타나는 이교도들을 집단 살해하라고 돼 있다. 신명기와 레위기는 미디안족과 히타이트족, 아모리족, 브리스족, 여부스족을 ‘살려둬서는 안 된다. 주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라고 쓰여 있다.

바로 유일신이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도 유일신 종교다. 기독교는 예수그리스도, 이슬람교는 알라를 믿는다. 이 때문에 이교도는 우상이며, 개종자는 악이다. 서방과 중동이 정치·군사적으로 충돌하면, 반드시 신을 위한 대리전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성전과 순교는 신에게로 가는 신성한 행동으로 찬양된다. 이슬람교는 세상을 이슬람의 집(House of Islam)과 전쟁의 집(House of War)으로 나눈다. 이슬람이 아니면 전쟁이라는 의미다. 기독교 역시 마태복음에 쓰인 대로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왔다’는 구절 하에 적잖은 신도들과 조직들이 무슬림과 이슬람을 폄하하고 모독한다. 개신교는 15~18세기 동안 여성 10만명을 마녀로 몰아 화형시킨 기록도 있다. ‘종교는 평화다’는 말에 의문을 갖게 하는 흔적들이다.

프랑스 테러 이후 프랑스와 미국이 이슬람 종파 중 가장 과격한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본거지를 연일 폭격하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문명 충돌’이 21세기에 재연될 조짐이다. 4, 5면에서 프랑스 테러 뒤에 숨어 있는 종교와 신의 문제를 더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