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못살까? 반대로 대한민국은 왜 잘살까? 이 질문에 조리 있게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은 의외로 많지 않다.

같은 조상, 같은 언어, 같은 문화, 같은 역사를 가진 남북한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지구촌 여러 나라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가난에 허덕일까.

많은 학자들이 국가의 번영과 쇠퇴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 봉건시대를 지나 오늘날과 같은 국가가 성립한 15세기 후반부터 학자들은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중상·중농주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등은 따지고 보면 모두 국부의 원천을 설명하려는 노력이었다.

학자와 학파에 따라 주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오늘날 학자들이 공감하는 결론은 나라가 부강하려면 경제가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60년 만에 남북한의 운명을 가른 것도 바로 이것이다. 경제적 자유 없이는 나라가 부강해질 수 없고 정치적 자유도, 도덕심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말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경제자유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소는 경제자유도에 따라 세계 각국을 파랑, 초록, 노랑, 빨강으로 색칠했다.

파랑에서 빨강으로 갈수록 경제자유가 희박한 나라를 의미했다.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파랑에 들었다. 러시아, 중국을 비롯해 아프리카, 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노랑과 빨강으로 칠해졌다. 북한과 몇몇 나라는 조사가 불가능해 열외로 처리됐다. 프레이저 연구소는 중앙통제 경제일수록 국가성장이 지체된다고 설명했다.

경제 자유도가 작은 나라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자유 의사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지 않으니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생산성은 추락한다. 시장이 잘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소유권이 보장되고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창의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필수적이다.

최근 세계 각국은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통화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 1.5%까지 낮추며 통화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안정화 정책일 뿐 장기적인 경제 성장정책이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궁극적으로 경제적 자유도가 높아져야 한다. 대한민국 재도약에 필요한 처방이 무엇인지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