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목숨 건 유럽행 난민…"잘 살고싶다"
유럽 지중해는 신화의 바다다. 시와 소설의 주제였고 전쟁과 복수의 수면이었다. 지중해는 또 경계의 물길이기도 했다. 지중해가 갈라놓은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은 완전히 다른 문명을 만들어냈다. 지중해는 과학의 시대인 21세기에 신들을 불러낼 것만 같은 신비감을 여전히 담고 있다.그런 지중해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비극의 바다로서다. 더 나은 삶과 꿈을 찾아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오는 불법이민자들이 지중해에서 죽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탈리아로 향하던 리비아 난민선이 지중해에서 전복돼 37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27일에는 400명이 탄 리비아 난민선이 전복돼 2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올 들어 지중해를 건너다 숨지거나 실종된 난민 수는 2500명을 넘는다. 지난 1년간 사망자는 3573명이나 된다. 지중해 뱃길이 죽음의 길이 돼버렸다. 난민선 전복은 9월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천국’ 독일, 독일로
‘기회의 땅’ 유럽으로 들어가는 불법이민 루트는 크게 3개다. 가장 전통적인 길은 스페인 루트. 알제리, 모로코,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기니 난민이 주로 이용한다. 유엔에 따르면 거의 2000명이 올해 이 길을 통해 유럽으로 갔다. 두 번째 길은 중앙 지중해를 건너는 이탈리아행이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오는 나이지리아, 세네갈 난민과 이집트를 통해 오는 에리트레아, 수단 난민이 주로 이용한다. 7월말 현재 3만명가량이 몰렸다. 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루트는 발칸반도 라인이다. 내전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인 등 약 11만명이 터키, 그리스 등을 거쳐 넘어온다. 이 숫자도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다. 유엔은 올 들어 약 34만명이 이미 유럽으로 들어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가는 나라는 이들이 ‘천국’으로 표현하는 독일이다. 독일은 불법난민자에 대해 임금 복지 건강혜택을 모두 부여하는 부자 국가다. EU 회원국은 경제규모, 여건, 국민여론 등에 따라 난민들에게 주는 혜택이 다르다. 난민입국을 거부하는 나라도 있다.
유럽연합(EU)은 불법난민 문제가 심각해지자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오는 12일 EU회원국 대책회의 일정도 잡혀 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불법난민은 21세기 최대 도전’이라고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메르켈은 “유럽에 연대정신이 있고,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연대정신을 보여왔다면, 지금이 바로 연대정신을 보여줄 때”라며 EU 회원국에 동참을 호소했다. 유럽 최강국 독일은 불법이민자들을 회원국이 나눠 받아들이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은 거부했다. EU 회원국의 처지가 나라마다 다른 탓이다. 특히 스페인과 동유럽 회원국들은 반대다. 메르켈은 “유럽이 난민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데 합의하지 않으면 역내 자유왕래를 규정한 솅겐협정(오른쪽 기사 참조)이 도전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망명이 신청된 나라가 망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더블린 규약(오른쪽 기사참조)도 흔들리게 됐다.
미국 “불법이민자 쫓아내자”
불법이민자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불법이민자 이슈를 놓고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은 미국에 마약과 범죄를 가져온다. 그들은 성폭행범”이라며 이민자들을 공격했다. 미국은 4210만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이민자가 많은 ‘이민의 나라’이지만 선거철만 되면 늘 이민정책이 도마에 오른다. 미국에는 불법이민자와 2세들이 많아 추방문제가 갈등대상이 되곤 한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도 불법이민자 문제가 있다. 이들 나라는 인구 감소로 해외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지만 불법체류와 이민은 골칫거리다. 인구 대비 외국출생 합법이민자의 비율은 뉴질랜드 24%, 이스라엘 24%, 캐나다 20%, 미국 13%, 노르웨이 12%다. 고급 인력과 저임금 노동인력이 포함돼 있다. 독일이 불법이민자 수용의사를 밝히고 나서는 등 EU의 대응이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이 있다. 독일은 비롯한 선진국들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불법이민자를 수용할 여력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독일의 수용태세가 자칫 불법난민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