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진정한 수수께끼는 동성애 성향이다.” 생물학자와 진화심리학자들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당혹해 한다. “왜 이성과의 짝짓기 보다 동성과의 짝짓기를 선호하는 남자와 여자가 존재할까?” 후손을 남기려는 유전자의 본능에서 보면, 동성애와 동성혼은 진화의 수수께끼다. “인간은 유전자 생존을 위해 고안된 기계일 뿐이다”라고 말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어디로 간 것인가. ‘유전자, 동성애에서 길을 잃다’라고 해도 될 듯하다.

동성애 이유를 속시원하게 밝혀주는 과학적 정설은 아직 없다. 동성애는 유전자가 아니라 성장 환경 탓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견해도 동성애자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미국의 동성결혼자는 20세기 보다 훨씬 늘어난 300만 명에 달한다.

동성혼을 법으로 허용한 미국 등 21개국과, 법으로 금지한 나라에 사는 동성애자를 합할 경우, 세계 동성애자 수는 수 천 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성애와 동성혼을 하기 좋은 환경으로 세계가 점점 변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후손을 포기해 인류의 인구조절에 기여하려는 ‘유전자 자폭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인지.

동성애와 동성혼은 이런 생물학적 논쟁 외에 정치 사회 문화적 충돌의 원인이 된다.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은 합헌”이라고 판결한 이후, 미국내 보수와 진보 진영은 찬반논쟁에 휩싸였다. 2001년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동성혼을 인정한 이후 양측의 전선은 신(神)과 인권의 영역으로 번졌다.

종교계는 ‘레위기’ 20장 13절을 펼쳐 보인다. ‘여자와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한 남자에게는 사형을 내려야 한다.’ 창세기 1장 28절도 편다. ‘자식을 많이 낳아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종교에게 동성애와 동성혼은 창조주의 뜻을 어기는 행위다. 한국 종교계에서도 동성애와 동성혼은 죄악시 된다.

반면, 인권을 주장하는 측은 종교와 신을 비판한다. 이들은 개인과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동성애는 권리로 보호돼야 한다고 본다. ‘동성애를 범죄로 봐선 안되고, 동성애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비도덕적이지 않다’고 한 몽테스키외와 볼테르, 제러미 벤담을 따른다. 사상계가 자유롭다는 미국에서 동성애 권리라는 말이 책에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상대적으로 덜 보호받던 여성권과 아동권, 동물권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지금 우리는 동물도 때리면 안되는, 역사상 가장 높은 단계의 권리 혁명기에 있다. 그 권리의 목록에 이젠 동성애와 동성혼도 들어가 있다. 4~5면에서 동성혼의 추세와 그것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논술과 면접 대비 측면에서 살펴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