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감옥'에서 탈출하라
[Cover Story] 기술은 인간의 생각을 가두는 '유리감옥'…IT-인간, 공존의 방정식은?
우리는 학교, 가정, 직장에서 더 편리한 삶을 살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한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고, 랩톱을 켜고, 스마트폰을 꺼낸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은 더 편리해졌고, 잡다한 일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또는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상을 기계가 대신하는 자동화 테크놀로지 시대에 삶은 과연 풍요로워졌을까? 기술 맹신에 빠진 인류에게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인 니콜라스 카는 ≪유리감옥≫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능해지는가?”

인간은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Cover Story] 기술은 인간의 생각을 가두는 '유리감옥'…IT-인간, 공존의 방정식은?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빅데이터 등을 통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로봇 청소기처럼 일상생활 속 기기는 물론 의료, 항공, 전쟁 등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은 자동화의 이면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삶 곳곳에 자리잡은 자동화 사례들은 기계가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소프트웨어가 운전하는 자동차=구글의 로봇 기술자 세바스찬 스런은 2010년 10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구글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장착된 무인 자동차는 실제 도로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무인 자동차가 접하게 될 수많은 법적, 문화적, 윤리적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가 조종하는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켜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이러한 과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동차의 소유자에게 있을까, 소프트웨어를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있을까.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2013년 미국연방항공국은 항공사들에 ‘적절한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FAA는 조종사들이 자동조종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비행기를 비정상적 상태에서 신속히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9년에 발생한 콜건항공 소속의 여객기 Q400과 에어프랑스의 에어버스 A330의 추락 사고는 실속 상태에 빠진 비행기를 제대로 조종하지 못한 조종사들의 과실 때문이었다. 두 사고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과연 무엇이 조종사들의 조종 능력과 대처 능력을 빼앗아갔을까.

살인 로봇, 드론=미국의 국방부는 전쟁터에서 생사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권한을 기계에 넘겨주는 방법과 그로 인한 결과를 연구해왔다. 프레데터(Predator)와 리퍼(Reaper) 같은 무인 드론에 의한 미사일과 폭격 공격은 이 분야의 격렬한 논쟁거리다. 찬성론자들은 드론이 보병과 조종사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전통적인 전투와 폭격으로 인해 생기는 희생자들과 피해를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반대론자들은 드론의 폭력을 국가가 후원하는 암살 행위로 간주한다. 현재 드론이 스스로 비행하고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무기 발사 결정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군인들이 내린다. 하지만 머지않아 컴퓨터가 방아쇠를 당기는 시기가 온다면, 전장의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스크린이 아닌 세상과 마주보라

위의 사례들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실제로 50만 마일이 넘는 거리를 주행했으며,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10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100% 자동화되고 컴퓨터가 통제하는 살인 기계를 제작할 수 있다. 인간의 삶 깊숙이 파고든 자동화의 향방은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불안한 질문을 던진다.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변수들을 헤아려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계에 모든 통제권과 선택권을 넘긴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니콜라스 카가 자동화 테크놀로지에 대해 비판적인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과 만족감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직접 할 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주의 집중이 온통 컴퓨터 스크린과 스마트폰 액정에 향하는 순간 세상과 동떨어지게 되고, 그것이 삶의 행복과도 멀어지는 한다는 것이다. 자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도록 해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차단한다.

신중하게 사용한다면 기술은 단순한 생산이나 소비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은 경험의 수단이 되고, 우리에게 풍부하고 참여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알려준다. 각종 테크놀로지 도구들을 우리 자신의 일부이자 경험의 수단으로 복귀시킴으로써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기술은 우리에게 디지털 시대에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제공해줄 것이다.

■ 드론·디스킬·리퍼…유리감옥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쯤은 아셔야죠!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device): 안경, 시계, 의복 등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신체의 일부처럼 항상 착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현재는 초기 시장이 형성 중이며, 향후에는 생체이식형의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이런 기기들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디스킬(deskill):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숙련도를 떨어뜨린다는 의미. 이 책에 등장하는 조종사, 의사, 건축가 등은 자동화로 인해 재능과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동화·표준화로 인간의 물질적 삶은 풍부해졌지만 재능과 인지능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드론(drone):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서 비행하는 비행기. 원래 드론은 정찰을 통한 정보 수집용으로 개발됐으나 기능을 향상시키면서 프레데터와 같이 지상군 대신 공격에 투입하기 위한 공격적 성향을 강화해왔다. 이 책은 현재는 드론의 최종 공격권을 사람이 쥐고 있지만 드론이 더 지능화돼 공격권까지 드론이 쥔다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까를 고민해보라고 화두를 던진다.

○프레데터(Predator)·리퍼(Reaper): 분쟁지역 감시를 위해 도입된 미국 공군의 무인정찰기 겸 공격기다. 적군의 방어망이 가동 중이거나 화학무기 오염 가능성이 있는 곳에 주로 투입된다. 2007년 10월부터는 프레데터보다 작전 행동 반경이 늘어나고 무장 운용 능력이 확대된 리퍼가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마수미 한경BP 기획편집부 matssu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