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을 앓는다’는 말이 유행했다. 미국 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 경제에 영향을 받는 나라가 한국만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비중이나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수년 전부터는 이 말에 중국 경제를 끼어넣으면 딱 어울리는 표현이 됐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중국 경제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중국 경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고개드는'L자형 침체론'
중국 경제가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최근엔 유동성 위기론까지 불거지면서 상하이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문제는 핵심 성장엔진인 제조업 경기와 수출이 부진한 데다 부동산 거품은 여전히 심각한 것이 골자다. 경제의 종합성적표인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7.7%로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 성장률이 8%대는 유지해야 한다는 이른바 ‘바오바’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7.8%에서 7.4%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8.4%에서 7.7%로 하향 조정했다. 일부에서는 6%대 추락설과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경기부진이 우려되는 나라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성장의 75%를 이끌어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도 동시에 저성장의 늪에 빠져가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1분기 성장률(1.6%)이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내년에 월드컵을 치르는 브라질도 1분기 성장률(1.9%)이 3년 연속 2%를 밑돌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으로 이들 국가의 주가와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일부에선 브릭스 등 신흥국들의 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 정도로 선진국(145%)의 절반 수준이어서 1990년대 겪었던 위기의 악순환엔 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의 복병'그림자 금융'
브릭스의 선두주자인 중국은 유동성 위기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그림자 금융’을 줄이기 위해 자금줄을 죄면서 시작됐다. 금융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그림자 금융은 비은행금융기관이 취급하는 고수익·고위험 대출 상품을 말한다. 주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대상이다. 대형 국유기업들까지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설비투자에 쓰지 않고 다시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부동산 투기 등 비정상적 대출이 많아 금융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규모는 중국 GDP의 40%인 21조위안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그림자 금융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일본의 1980년대 버블경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호황 때를 연상시키는 위험을 불러올 수 있어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을 감지한 중국 당국이 그림자 금융을 줄이기 위해 자금줄을 죄면서 유동성 불안감이 더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인민은행이 유동성 억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하반기에도 경제성장률이 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시장'차이나 주의보'
중국의 경기부진과 유동성 위기 불안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단계적 축소 우려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G2(미국 중국) 리스크’가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채권 발행 중단으로 유동성 회수에 브레이크를 거는 등 금융시장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차이나 쇼크’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장은 여전히 중국 당국의 ‘돈줄 죄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중앙정부의 통화정책 기조는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중국 경제의 3대 리스크 해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거품 해소를 위해선 단기적으로 성장률 저하도 감수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국 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장기화되면서 가뜩이나 경기둔화로 위축된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유동성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상하이증시는 물론 국제 금융시장에도 충격파가 커지는 모습이다. 상하이증시가 지난달 2000선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생산과 소비의 두 축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에도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팍스 시니카’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일컫는 용어다. 하지만 흔들리는 팍스 시니카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두려움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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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환골탈태·괄목상대…사자성어로 본 中 경제 변화
‘세계의 공장’은 중국 경제를 지칭하는 대표적 표현이다. 저임금 덕으로 선진국 기업들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지만, 그 이면에는 첨단산업 분야는 아직 한참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중국 경제가 단순 가공무역에서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내놓은 ‘사자성어로 본 중국 경제의 변화’라는 자료를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경련이 꼽은 첫 번째 고사성어는 ‘토사구팽(兎死拘烹)’이다. 이는 경제개방 초기에 외국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지만 최근 들어 ‘선별적 외국인 투자’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유인책을 점차 축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성장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힌 만큼 이제는 자국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자급자족(自給自足)’은 가공무역 위주의 산업에서 완제품 생산으로의 변화, ‘유아독존(唯我獨尊)’은 2005년부터 9년 연속 글로벌 수출 1위 품목 최다 보유국, ‘환골탈태(換骨奪胎)’는 의료·정밀기기·컴퓨터장비 등 첨단수출 급증, ‘괄목상대(刮目相對)’는 국제특허출원 건수의 급증을 뜻한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중국은 “최대 생산기지에서 최대 소비시장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개드는'L자형 침체론'
중국 경제가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최근엔 유동성 위기론까지 불거지면서 상하이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문제는 핵심 성장엔진인 제조업 경기와 수출이 부진한 데다 부동산 거품은 여전히 심각한 것이 골자다. 경제의 종합성적표인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7.7%로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 성장률이 8%대는 유지해야 한다는 이른바 ‘바오바’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7.8%에서 7.4%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8.4%에서 7.7%로 하향 조정했다. 일부에서는 6%대 추락설과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경기부진이 우려되는 나라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성장의 75%를 이끌어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도 동시에 저성장의 늪에 빠져가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1분기 성장률(1.6%)이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내년에 월드컵을 치르는 브라질도 1분기 성장률(1.9%)이 3년 연속 2%를 밑돌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으로 이들 국가의 주가와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일부에선 브릭스 등 신흥국들의 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 정도로 선진국(145%)의 절반 수준이어서 1990년대 겪었던 위기의 악순환엔 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의 복병'그림자 금융'
브릭스의 선두주자인 중국은 유동성 위기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그림자 금융’을 줄이기 위해 자금줄을 죄면서 시작됐다. 금융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그림자 금융은 비은행금융기관이 취급하는 고수익·고위험 대출 상품을 말한다. 주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대상이다. 대형 국유기업들까지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설비투자에 쓰지 않고 다시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부동산 투기 등 비정상적 대출이 많아 금융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규모는 중국 GDP의 40%인 21조위안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그림자 금융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일본의 1980년대 버블경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호황 때를 연상시키는 위험을 불러올 수 있어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을 감지한 중국 당국이 그림자 금융을 줄이기 위해 자금줄을 죄면서 유동성 불안감이 더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인민은행이 유동성 억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하반기에도 경제성장률이 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시장'차이나 주의보'
중국의 경기부진과 유동성 위기 불안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단계적 축소 우려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G2(미국 중국) 리스크’가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채권 발행 중단으로 유동성 회수에 브레이크를 거는 등 금융시장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차이나 쇼크’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장은 여전히 중국 당국의 ‘돈줄 죄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중앙정부의 통화정책 기조는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중국 경제의 3대 리스크 해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거품 해소를 위해선 단기적으로 성장률 저하도 감수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국 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장기화되면서 가뜩이나 경기둔화로 위축된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유동성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상하이증시는 물론 국제 금융시장에도 충격파가 커지는 모습이다. 상하이증시가 지난달 2000선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생산과 소비의 두 축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에도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팍스 시니카’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일컫는 용어다. 하지만 흔들리는 팍스 시니카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두려움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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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환골탈태·괄목상대…사자성어로 본 中 경제 변화
‘세계의 공장’은 중국 경제를 지칭하는 대표적 표현이다. 저임금 덕으로 선진국 기업들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지만, 그 이면에는 첨단산업 분야는 아직 한참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중국 경제가 단순 가공무역에서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내놓은 ‘사자성어로 본 중국 경제의 변화’라는 자료를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경련이 꼽은 첫 번째 고사성어는 ‘토사구팽(兎死拘烹)’이다. 이는 경제개방 초기에 외국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지만 최근 들어 ‘선별적 외국인 투자’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유인책을 점차 축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성장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힌 만큼 이제는 자국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자급자족(自給自足)’은 가공무역 위주의 산업에서 완제품 생산으로의 변화, ‘유아독존(唯我獨尊)’은 2005년부터 9년 연속 글로벌 수출 1위 품목 최다 보유국, ‘환골탈태(換骨奪胎)’는 의료·정밀기기·컴퓨터장비 등 첨단수출 급증, ‘괄목상대(刮目相對)’는 국제특허출원 건수의 급증을 뜻한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중국은 “최대 생산기지에서 최대 소비시장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