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진핑 시대의 중국… 정치는 보수·꿈은 우주로
지난 23일로 중국 국가주석 취임 100일을 맞은 시진핑. 그는 중국 내부에선 부패 척결과 허례허식 타파를 외치며 개혁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강한 중국’을 표방하고 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까지만 해도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기다리다)’의 태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시 주석 체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국굴기(大國起, 큰 나라가 일어나다)’의 자세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명실상부한'G2'가 된 중국


시 주석의 취임 후 중국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분야는 바로 외교다. 지난 7~8일 시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세계 외교 무대에서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서 천하 정세를 대등하게 논할 수 있게 됐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은 회담 장소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들이 만난 곳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였다. 타이·셔츠 차림으로 이틀간 네 차례에 걸쳐 여덟 시간 가까이를 함께했다. 특히 부각된 건 시 주석의 ‘격식 파괴’였다. 시 주석은 메모지도 보지 않은 채 즉석 인사말을 하며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대국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의 ‘신형 대국 관계’를 수용한 모양새였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지속적이고 평화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중국이 경제·군사력 측면에서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선 만큼 앞으로 G2가 새 국제질서를 만들어가자는 데 두 정상의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포인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본격적으로 나타냈다는 것이었다.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핵무기 개발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8일 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해야 하고 어떤 나라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기자들에게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과 나란히 북한을 향해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건 매우 이례적이다.

#우주까지 향하는'대국의 꿈'


중국은 지난 11일 다섯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신의 배) 10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며 우주개발 강국으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선저우 10호에는 녜하이성(48) 장샤오광(47) 왕야핑(33·여) 등 세 명의 우주인이 탑승했다. 선저우 10호는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하늘 궁전) 1호와 수동, 자동 도킹을 한 차례씩 실시했다. 특히 왕야핑은 20일 무중력과 표면장력의 원리 등 우주 공간의 물리적 특징을 설명하는 우주 강의를 했다. 중국 최초로 실시된 이번 우주 강의는 베이징의 런민대 부속중학교를 비롯해 중국 전역 8만여개 초·중등학교에서 6000만명의 학생이 TV를 통해 시청했다. 선저우 10호와 우주인 3명은 예정된 모든 임무를 마치고 지난 26일 네이멍구자치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우주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면서 미국 러시아와 함께 3대 우주 강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6월 선저우 9호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도킹에 성공한 것이 상징적인 사건이다. 중국은 2003년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한 뒤 지금까지 우주선을 여섯 차례, 우주정거장을 한 차례 성공리에 쏘아올렸다. 중국은 2015년에는 톈궁 1호보다 규모가 훨씬 큰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또 2016년부터는 정식 우주정거장 모듈을 차례로 발사해 2020년에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보유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보수주의 색채는 못버려

시 주석은 취임 후 정치 및 경제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본질적인 정치철학은 후 전 주석보다 더 보수적이고 마오쩌둥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화권 진보매체인 보쉰은 베이징 정가에서 시 주석에 대해 “시중쉰의 아들이 아니라 마오쩌둥의 손자인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정치국 회의에서 군 장성과 관료들은 적어도 15일을 사병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958년 마오쩌둥이 군 간부들에게 내린 지시와 똑같다. 그는 또 지난해 1월 한 포럼에서 “마오쩌둥을 무시하는 것은 공산당의 붕괴를 초래하고 중국을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의 노선을 견지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5월 중순 공산당 중앙판공실이 각 대학에 내려보낸 7가지 금지 조치를 들었다. 이 조치는 대학 교실에서 △보편적 세계가치 △언론의 자유 △시민사회 △인권 △공산당의 역사적 오류 △권력 및 부유층 △사법 독립 등에 대해 토론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